얼마 전 모국 신문에 게재된 전직 대통령들의 친·인척 비리를 소상하게 쓴 기사를 봤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6명의 대통령은 하나같이 본인의 비리나 부정행위, 또는 그들의 자식과 친·인척 및 측근들의 갖가지 비리에 연루돼 몇몇이 구속되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을 한국 국민보다 더 많이 본 사람은 아마도 이 지구상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이 되고 측근이나 친·인척이 되면 제일 먼저 돈에 대한 욕심부터 가득 채우기 위해 양심을 잃은 병자가 된다. 심리학자나 철학자들이 보는 '욕심의 병'은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치유할 수 없는 가장 무서운 고질병이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절대로 만족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연차씨 돈맛을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이제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진절머리가 날 것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이 철철 흐르는 듯한 순수한 모습 덕에 대통령까지 지낸 분마저 부정한 현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 놀랄 일은 외국으로 흘러간 부정한 돈들이 깨끗이 세탁됐다는 보도다. 아마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 최측근부터 국회의원 및 국정원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력인사가 박연차 리스트에 올랐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돈 냄새가 온 나라에 진동하는지 참으로 충격적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국민에게는 너무나 슬픈 얘기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이처럼 되풀이되는 것은 비단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때론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정치인들, 경제인들, 종교인들, 학자들 그리고 법조인들까지도 이런 부정한 물질과 돈 욕심 때문에 부끄러운 모습으로 연기를 마치는 무명배우가 되곤 한다. 이보다 더 불행한 것은 어느 누구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국민 앞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갖 사기와 가짜들이 지금도 활개치며 사회나 국가를 그처럼 오래도록 지배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싱가포르를 세계에서 제일 깨끗한 나라로 만든 리콴유 전 수상의 아버지는 죽기 전날까지 백화점 점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우리의 전직 대통령 친·인척과 너무나 비교된다. 퇴임 후에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전직 대통령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정치훈수 세력을 형성, 정쟁에 골몰하는 추한 장면만을 계속 보여주는데, 참담한 심정이다. 한국인이 부정부패 없는 나라의 국민이 되어 자랑스럽게 정직성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는 한 경제강국은 될 수 있으나 선진국은 절대 될 수 없다.
입력 2009.04.1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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