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수성못 덕분에 홍수·가뭄 극복했지요"

조선일보
  • 박원수 기자
    입력 2009.04.14 02:56 | 수정 2009.04.16 09:54

    수성못 축조한 일본인 고(故) 미즈사키 린타로 70주기 추도식 거행

    대구의 명물 수성못. 옛 사람들에게는 이곳에서 뱃놀이를 하던 추억이 서린 곳이고, 지금 사람들에게는 레포츠와 유흥으로 또 다른 의미를 선사하는 곳이다.

    수성못 맞은 편 야트막한 산 입구에는 대구사람들이 잘 모르는 장소가 숨어 있다. 한 일본인의 묘다. 옛날에는 수성못을 굽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건물 일부에 막혀 수성못 전체가 보이지는 않는다.

    묘의 주인공은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水崎 林太郞). 바로 수성못을 축조한 인물이다. 수성못과 그의 묘는 '한일 우호의 상징'이기도 하다.

    1914년 그는 가뭄과 홍수로 인해 황폐한 수성들을 옥토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재(私財)와 총독부의 지원으로 받은 당시 돈 1만2000엔을 수성못 축조공사에 털어 넣었다. 물론 당시는 일제의 강점으로 식민지 침탈의 비극적 역사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 그러나 미즈사키 린타로씨는 10여년의 공사 끝에 현대적 관개 시설을 갖춘 수성못을 축조해 대구의 농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공사 때 못 축조를 반대한 사람이 던진 돌에 다리를 맞아 곤경에 처했던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후일담처럼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런 수성못은 관개시설로서의 기능은 다했지만 지금까지도 대구사람들에게는 추억과 낭만을 선사하고 있다.

    13일 대구 수성못 건너편 야산에 자리한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씨의 묘에서 열린 70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의 공로를 기리고 있다./이재우 기자

    미즈사키 린타로씨는 1939년 세상을 떠났다. 생전 그의 유언에 따라 수성못이 내려다 보이는 현재의 장소에 안장됐다. 그의 묘는 농민들의 보살핌을 받아 왔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묘지가 유실되고 묘비만 남게 됐다. 잊혀져 버려지다시피 한 것.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서창교(徐彰敎·78) 한일친선교류회 회장이 그의 묘소를 찾아 보수에 나섰다. 또 현창비도 건립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후 한일친선교류회가 미즈사키씨의 묘지를 관리하고 매년 그의 기일(忌日)에 맞춰 추도식도 거행하기 시작했다. 이 추도식은 일본에까지 알려져 많지는 않지만 일본사람들이 찾아오곤 한다.

    서창교 회장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일본 정부로부터 '훈오등서보장(勳吾等瑞寶章)'을 받았다. 이 훈장은 일본의 지사나 시장급 인사가 받는 훈격을 가지고 있는 문화훈장이다. 올해는 미즈사키 린타로씨가 세상을 뜬 지 70년을 맞는 해다.

    한일친선교류회에서는 그의 기일인 13일 묘지에서 70주기 추도식을 거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일본측에서 다미스치 슈이츠 부산주재 총영사, 사가야마 유시 고 미즈사키 린타로 현창회장 등 일본인 25명을 비롯 한일친선교류회 회원, 한일다문화연구회 회원 등 60여명이 참석해 미즈사키 린타로씨의 공을 기렸다.

    한일친선교류회측은 앞으로 인근 수성관광호텔에서 묘지에 이르는 직선 코스 조성, 묘지 주변에 심어져 있는 이태리 포플러 대신 벚꽃을 심는 등 묘지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창교 한일친선교류회 회장은 "비록 당시 일본에 의해 강점된 시기였지만 미즈사키 린타로씨는 진정으로 한국의 농민들을 생각해 관개시설을 갖춘 수성못을 축조한 사람이었다"며 "우리는 선한 일본인의 업적을 한일 우호의 상징으로 후세에까지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자신과 부인이 죽으면 화장해 유골을 미즈사키씨의 묘지 부근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긴 상태다. 이 같은 사람은 몇명이 더 있다고 했다.

    13일 오전 대구 수성못 인근 미쓰사키 린따로 묘역에서 열린 7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제(祭)를 올리고 있다. 미쓰사키 린따로는 매년 홍수로 큰 피해를 보던 대구 수성들에 수성못을 만들어 홍수와 물 걱정을 덜어준 장본인으로 매년 그를 추모하는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이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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