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사를 받게 될까. 박연차 회장이 건넨 '600만달러'와 관련해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철호(36)씨를 12일 재소환하고, 13일에는 아들 건호(36)씨에 대한 2차 소환조사를 벌인다. 노 전 대통령 직접 소환을 목전에 둔 마지막 정비작업이다.

D-day는 주 후반 유력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선 이번 주 후반이 '노무현 소환 D-day'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속전속결로 방향을 잡은 만큼 시간을 끌 이유가 없는 데다, 다음 주부터 4·29 재·보선 선거전이 본격화되는 점도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검찰은 또 시간을 끌게 되면, '언론 플레이'에 능한 노 전 대통령의 페이스에 자칫 말려들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감안해 '체포영장' 같은 강압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소환 통보를 한 뒤 변호인 접견권 등을 충분히 보장하는 가운데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사전 구속영장을 택해, 법원이 지정하는 영장실질심사 기일에 맞춰 노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두하도록 할 전망이다.

조사장소는 대검 중수부 VIP 조사실

조사 장소는 서초동 대검찰청 중수부 11층에 있는 특별조사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예우와 참고인이라는 신분을 감안해서, 권 여사 주거지에서 가까운 부산지검에서 '출장조사'가 이뤄졌지만, 검찰이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간주하는 노 전 대통령이 대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대검 11층 특조실은 과거에도 우리 사회 최고위층들이 조사받고, 줄줄이 수갑을 차면서, 'VIP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곳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1995년 겨울 당시 박계동 의원의 폭로로 터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소환돼 1113호 특조실에서 사건 주임검사인 문영호 중수부 수사2과장에게 조사를 받고 구속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대검청사를 수리할 때 VIP조사실로 마련된 1120호에서 이번 사건 주임검사인 우병우 수사1과장의 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1120호는 51㎡(약 15평) 면적에 화장실과 샤워기·소파 등이 구비돼 있으며 수면실에는 침대도 비치돼 있다.

이 조사실은 지난해 말 노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구속)씨가 처음 사용했으며,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하게 될 경우 형제가 같은 조사실에서 조사받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노 전 대통령이 소환되면 관례에 비추어, 이번 수사를 지휘하는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실에서 이 부장과 차를 한잔 나눈 뒤, 1120호 조사실로 직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전 대통령은 조사실에서 1박 하면서 외부에서 배달된 음식으로 식사하게 된다.

사실상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 준비를 마친 검찰은 "벽돌을 하나씩 쌓아가면서, 우리 갈 길을 가겠다"면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