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박연차 회장 구명(救命) 로비'를 "실패한 로비"로 규정하면서 추 전 비서관이 접촉을 시도한 여권 인사들을 직접 조사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편파수사' 시비가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박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추 전 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과 8차례 휴대폰으로 통화해 그중 1~2차례 이 의원과 연결됐으며, 정두언 의원과는 직접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두 의원 모두 단호하게 박 회장 선처를 거절했다"는 추 전 비서관 진술과, 추 전 비서관이 받은 2억원의 계좌추적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의원과 정 의원을 소환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한 갈래인 '구명로비' 수사가 대통령 형님 앞에 멈춘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추 전 비서관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의원 등이 박 회장 구명 로비와 무관하다는 결론까지 제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정치권에서는 추 전 비서관이 유독 이상득 의원측에 8차례나 전화를 건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추 전 비서관은 2007년 대선 직전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를 만나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 달라'는 이상득 의원의 메시지를 노 전 대통령측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은 인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의 한 인사는 "추 전 비서관이 지난해 박 회장 구명을 위해 뛴 것도 단순히 돈을 받아서가 아니라, 대선 당시 MB캠프와 노 전 대통령측 간에 맺어졌던 모종의 '밀약'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지난해 국세청이 박 회장 세무조사에 착수한 직후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추 전 비서관에게 "서로 대통령 패밀리까지는 건드리지 말기로 하자. 박 회장은 우리 쪽 패밀리"라며 박 회장 구명을 부탁했다는 것과, 이후 추 전 비서관이 이 의원을 집요하게 접촉하려 한 것도 대선 당시 두 진영 간에 형성된 '커넥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이런 부분까지 파헤쳐 들어가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이미 박 회장이 추 전 비서관에게 자금지원을 했다는 증언이 박 회장 주변 인사로부터 흘러나오는 등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도 "추 전 비서관에 대한 수사가 100%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혀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