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과 ‘무한동력’, 20대의 삶을 그리는 만화가 주호민을 만나다

    입력 : 2009.04.12 11:42 | 수정 : 2009.04.12 15:29

    주호민(29) 작가는 2007년, 군대 만화 ‘짬’으로 데뷔했다. 주씨는 자신의 군대 생활을 솔직하게 그려낸 이 작품으로 단번에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다. 야후에서 연재중인 후속작 ‘무한동력’은 88만원 세대로 불리며 경쟁사회 속에 묻혀가는 대한민국 20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수생에서 ‘짬’을 연재하기까지

    주호민 작가의 부모님은 모두 홍대 출신의 화가다. 만화도 미술도 틀은 다르지만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직업인 만큼 주씨의 성공에는 그를 밀어준 부모님의 역할이 컸다.

    “애니메이션과 입시는 실패했고 그림 그리는 재주는 있으니까 막연하게 지원한 거죠. 그런데 그 곳도 창작 고민은 없이 자격증 위주로 기술만 가르치더군요.”

    주호민 작가는 ‘백골부대’에서 운전병으로 복무하면서, 제대하면 군생활을 만화로 그려보자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당시만 해도 프로 만화가를 꿈꾸지 않았던 주씨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거실에 걸린 부모님 그림들


    “전역하니까 애니메이션과가 없어졌더군요. 홧김에 대학을 그만두고 나니 하루아침에 고졸백수였죠. 근처 대형마트에서 일했는데, 월급이 80만원이었습니다. 나보다 3년이나 더 일한 사람이 90만원 받는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군대 만화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친 주씨의 탈출구였다. 주씨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은 웹툰에 주목했다. 진입장벽이 출판만화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짬’을 통해 주호민 작가는 프로 만화가로 데뷔할 수 있었다.

    “차곡차곡 써둔 병영일기를 믿고 시작했는데, 정작 만화를 그리기로 마음먹었을 때 병영일기를 잃어버렸습니다. 결국 ‘짬’은 기억에 의존해서 그렸죠.”

    처음에 구성한 대로 내용이 꽉 찬 50화로 마무리했다. 실화를 극화하다보니 미녀 부사관 이야기의 실제 인물을 네티즌들이 추적해내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가끔 군 관계자들로부터 항의메일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잘 읽었다고 재미있어하더군요.”

    88만원 세대의 이야기, ‘무한동력’

    ‘무한동력’은 TV에 나온 무한동력 연구자를 보고 착안했다. 연료 투입 없이 영구적으로 발전하는 무한동력 기관은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연구자가 강조하는 꿈과 원래 구상했던 20대 젊은이들의 무기력함을 대조시킨다는 설정이 잡혔다.
     
    무한동력을 연구하는 수자네 아버지의 하숙집, 그 곳에 사는 선재-기한-솔과 같은 젊은이들이 현실과 부딪치는 이야기가 바로 ‘무한동력’이다. 책으로는 여름 즈음 두 권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꿈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는데, 이런 내용은 보통 저주 받은 걸작 소리를 들으면서 외면 당하더군요.”

    고3 수험생인 수자는 꿈을 쫓는 아버지 대신 하숙집을 운영하고, 엇나가는 동생 수동이를 챙기는 강한 여자아이로 등장한다.

    “신기한 무언가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수자처럼 그 가족들은 그 사람의 꿈에 희생됩니다. 그런 캐릭터도 꼭 넣고 싶었습니다.”

    주씨는 ‘무한동력’을 ‘서울의 달’이나 ‘파랑새는 있다’ 같은 서민물을 떠올리며 그렸다. 그래서 “자네의 어릴 적 꿈이 대기업 사원은 아닐 테지”와 같은 대사에도 핀잔이나 호통보다는 다정함이 묻어있다. 작가 또래의 젊은이들에 대한 애정표현이다. 주호민 작가는 현실적인 젊은이들을 비난하지 않는다.

    “저도 그야말로 ‘88만원 세대’지요. 현실주의가 잘못된 건 아니죠. 하지만 재미있고 활기찬 사회가 되려면, 꿈이 좀더 필요합니다.” 오늘도 주호민 작가는 행복을 만드는 무한동력기를 품에 안고, 꿈을 향해 전진한다.

    주호민이 추구하는 만화

    보통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와 빠져드는 이야기 전개가 주호민 작가의 무기다. 주씨는 독자를 가르치려 드는 만화를 싫어한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만화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독자가 주제를 느끼게 되는 만화입니다. 만화 주제가 등장인물 대사에 나타나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너무 직접적이잖아요.”

    주씨는 김수정 작가의 ‘일곱 개의 숟가락’과 이희재 작가의 ‘간판스타’라는 만화를 좋아한다. 사실주의를 추구하면서도 재미있고, 감정이입이 잘 되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주호민 작가는 만화를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를 상상력으로 메우는 매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는 고전적인 8칸 배치를 선호한다.

    “지금도 마감하기 전에 꼭 환갑이 넘으신 어머님께 보여드립니다. 어머님이 보기 힘들어하시면 용어라던가 내용을 수정합니다. 만화는 무엇보다 재미와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한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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