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문(전(前) 청와대 총무비서관) 영장 기각… 잘나가던 검찰 수사 급제동

입력 2009.04.11 03:02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검찰이 '봉하마을' 입구에서 제동이 걸렸다.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10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겉으론 "(영장 기각에) 개의치 않는다. 우리 일정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들이 목격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광재 의원,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강금원 회장까지 줄줄이 골인(구속)시켰는데, 노 전 대통령 턱밑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즉각 '반격'카드를 빼들었다. 정 전 비서관 영장 기각 7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36)씨를 집에서 전격 체포했다. 박연차 회장의 홍콩 비자금 500만달러를 송금받은 연씨는 이 돈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줄 또 다른 중요 인물이다.

법원이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사유도 향후 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법원은 정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서 100만달러와 3억원을 뇌물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가 미진하다는 의미인 '소명 부족'이 영장 기각 사유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이 "돈을 전달만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데다, 박 회장 역시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건넨 돈"이라고 말하고 있어 '돈 배달'역할을 한 데 불과한 정 전 비서관을 뇌물수수 공범으로 구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법원의 판단으로 해석됐다.

특히 법원은 이날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언급하고 구속이 단순히 수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는 설명까지 영장 기각 사유에 곁들였다.

때문에 검찰 일각에선 "노 전 대통령의 영장이 청구될 경우에도 비슷한 논리로 기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야권에서도 이를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수사하고 재판에서 진실을 가리라는 법원의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전 비서관에 대한 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번 수사의 '본 게임'이 막을 올렸다는 말도 하고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장 기각은 검찰이 이번 수사의 보도(寶刀)처럼 사용했던 박연차 회장 진술의 신빙성이 법원에서 처음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지금부터는 정말 신중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정 전 비서관 구속 수사에 집착하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수사 등을 거점 삼아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본격적으로 '정상(頂上)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수사 페이스를 급하게 끌고 가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측의 방어벽을 넘어서기 위한 물증 확보에 주력하면서, 이르면 다음 주 초반부터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씨,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 스케줄을 짤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사과문' 발표와 "빌린 돈"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후 갈수록 궁지에 몰리다 반격의 교두보를 확보한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반전(反轉) 카드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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