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무현·박연차 커넥션'을 둘러싼 의혹들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측은 권양숙 여사가 박 회장에게 받은 10억원을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자나 차용증을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순수한 돈이 아니라는 의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8일 "진실이 뭔지는 수사 해보면 알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盧측, 들통나면 "빌린 돈이다"
현재까지 '노무현·박연차 커넥션'에 등장하는 돈은 모두 75억원이 넘는다. 여기엔 권 여사가 박 회장에게 2005~2006년 받은 10억원과, 노 전 대통령 본인이 퇴임 직후인 지난해 3월 박 회장에게 받은 15억원,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36)씨가 받은 5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원)가 포함된다.
노 전 대통령측은 세 차례 모두 쉬쉬하고 있다가 검찰 수사나 언론보도로 들통이 나면, "법적으로 문제없는 돈"이라고 해명을 해왔다.
권 여사가 받은 10억원은 '돈 배달' 역할을 한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이 체포되자마자 측근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빌린 것으로 들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돈은 이자 지급이나 언제 갚겠다는 약속도 하지 않은 돈인 것으로 드러났다. 빌린 돈이 아니라 사실상 '내 주머닛돈'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검찰 고위간부는 "뇌물 수사를 할 때 보면, 뇌물 받은 쪽은 늘 '빌렸다'고 우긴다"면서 "사업가에게 안 갚아도 되는 돈을 받았다면 '검은돈'밖에 더 있느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본인이 박 회장에게 받은 15억원 역시 지난해 말 언론 보도로 공개되자, 노 전 대통령측은 "차용증을 쓰고 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돈은 2008년 3월 20일부터 올해 3월 19일까지 1년간 사용하는 조건이었으나, 노 전 대통령은 1년이 더 지난 현 시점까지 돈을 갚지 않았다고 검찰은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또 '500만달러'에 대해서도 검찰수사와 언론보도로 사실이 공개되고 나서야, "1년 전에 알았지만 합법적인 투자여서 문제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500만달러나 되는 이 '투자' 역시 투자금 분배나 회수 조건 등을 담은 투자약정 계약서도 없이 집행됐다. 투자자(박 회장)가 손실을 보거나, 투자금을 떼이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아무런 법적 대응도 할 수 없는 '이상한 투자'인 셈이다.
때문에 박 회장이 연씨에게 이처럼 "특별한 호의"를 베풀게 된 것은, 단순한 투자목적이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부 사이에도 쉬쉬?
노 전 대통령측은 권 여사에게 10억원이 건네진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무에 바쁜 대통령이라고 해도 아내에게 10억원이라는 거액이 건네졌고, 그 돈이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했고, 원외(院外) 생활도 하다 보니 여기저기 빚진 곳이 많아서"(7일 문재인 전 비서실장) 빌린 것이라는 데도,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측의 해명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이 본인이 채무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인데도, 당사자도 모르게 돈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부부 사이에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빌린 돈이라는 주장 자체에 신빙성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측의 해명대로 직무상 대가와 상관없이 빌린 떳떳한 돈이라면, 공무원 재산신고 때 '채무'에 포함시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도 "빌린 돈"이라는 주장에 신빙성이 없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채무는 재임 중에는 하나도 없다가, 2008년 4월 봉하마을 사저(私邸) 신축비용 조로 기재된 4억6700만원이 유일하다. 10억원은 역시 밖으로는 쉬쉬해야만 하는 돈이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