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2003년 2월8일 딸 정연씨의 결혼식장. 부인 권양숙 여사가 하객으로 참석한 친인척들에게 일일이 "몸가짐을 단정히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에 앞서 2002년 12월 대선이 끝난 직후 권 여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친인척 비리 단속에 신경을 쓸 것이다. 이것은 장관도 청와대 비서진도 할 수 없는 대통령 부인의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권 여사는 7일 남편이 현직 시절 박연차씨의 돈 수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친인척은 고사하고 자기 자신조차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권 여사가 '노무현 집안'의 재정 문제에 상당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 나서기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실제 권 여사는 2002년 남편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집이 부인 명의로 돼 있고, 재산 문제엔 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질문에 대해 "남편이 사람들의 청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자주 보증을 서 집은 내 명의로 했다. 살림은 많이 있으면 많이 쓰고, 적게 있으면 적게 쓰게 되니 중간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궁색하지는 않다"며 이런 소문을 일부 시인했었다.
권 여사는 그러나 남편의 임기 중에는 조용한 내조로 별다른 잡음을 내지는 않았다. 권 여사의 남동생 기문씨가 직장인 모 은행에서 초고속 승진을 했기 때문에 그를 둘러싼 잡음이 나오는 정도였다. 신정아씨 스캔들과 관련해 재벌가 여인들의 '고가(高價) 그림 로비설' 등 확인되지 않는 의혹들이 증권가 정보지 등에 간혹 등장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난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