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이 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對)국민 사과문을 올려 "지금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나, 그 혐의는 정 비서관의 것이 아니고 저희들의 것"이라고 밝히고, "미처 갚지 못한 빚이 남아 있어서 저의 집에서 부탁해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저의 집'이란 것은 경상도에서 부인을 일컫는 말"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가 정 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회장의 돈을 받아 썼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으로부터 받은 500만달러에 대해서는 박 회장이 연씨 사업에 투자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저와 제 주변의 돈 문제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리고 있다"면서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 "면목이 없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하고 우려했던 불행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검찰이 비리(非理) 문제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10여년 만에 또 한번 전직 대통령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을 지켜봐야 할 듯하다.

노 전 대통령 자신이 진 빚이 아니라면, 권 여사는 무슨 일로 얼마나 빚을 졌기에 남편의 대통령 재임 중에 후원자의 돈을 얻어서 이 빚을 갚아야 했을까. 작년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의 재산은 재임 5년 사이에 5억원 증가한 것으로 공개되었다.

대통령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영부인의 돈 심부름을 하러 다닌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통령 자신이 알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청와대 비서관이 왔다갔다하며 수억원의 돈 심부름을 할 정도인데, 다른 공직자나 기관에 인사나 이권 같은 것을 부탁하는 심부름은 하지 않았을까.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과거의 정치를 더럽고 기회주의적이며 정의(正義)를 저버린 정치로 규정하면서, '특권과 반칙 없는 정치'를 표방해 왔다. 바로 그 시대에, 청와대 안방과 비서실에서는 이런 석연치 않은 일이 저질러지고 있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의 큰형 건평씨는 2004년 뇌물 인사청탁으로 재판을 받고도 2006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과정에 관여해 29억여원을 받은 것을 비롯, 갖가지 비리가 지금 잇따라 드러나고 있고, 건평씨의 처남은 2003년에 사업자들로부터 17억원을 받아 가로챈 일로 역시 옥살이를 했다. 이제 노 전 대통령 자신과 부인까지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가 됐으니, 본인에게도 불행한 일이요, 이걸 지켜봐야 하는 국민도 정말 못할 일을 겪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