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참는 외교는 끝"

입력 2009.04.07 05:07

1993년 7월 23일 아프리카와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홍해(Red Sea)에서 미 7함대가 중국의 화물선 '은하(銀河)호'를 가로막아 섰다. "화학무기 원료가 실려 있는지 확인하겠다"며 선박 수색을 요구한 것. 중국은 "그런 물건을 싣지 않았다"고 버텼지만, 미국은 억류를 계속했다. 1개월 넘게 대치하다 결국 미군의 수색이 이뤄졌지만 화학무기 원료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 내부는 들끓고 반미 시위가 일어났다. 중국은 그러나 "아직은 힘이 약하니까 국력을 키워야 할 때다. 미국과 대립해 싸울 때가 아니다"라는 은퇴한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말 한마디에 잠잠해졌다.

이렇게 지난 20년간 중국 외교를 지배한 '결부당두(決不當頭) 시대'가 끝나고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시대'가 열렸다고 홍콩경제일보가 6일 보도했다. 결부당두는 "남 앞에 결코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뜻으로 "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함께 중국의 오래된 외교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필요한 경우 적극 행동한다"는 '유소작위' 노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1989년 덩샤오핑이 은퇴하면서 내놓은 '28자(字) 지침'에 포함된 외교 노선들이다.

홍콩경제일보는 "지난 20년간 중국은 치욕을 참는 외교만 해왔다"면서 은하호 사건 이외에 ▲199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 피폭 때 미국의 '오폭' 변명을 받아들인 일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신청을 거절당한 일 ▲작년 봄 베이징올림픽 성화 릴레이가 프랑스영국 등에서 제지당한 일 등을 대표적인 치욕 사례로 꼽았다. 신문은 중국이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면 유소작위의 새 외교 노선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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