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왜 그는] 박찬종 前의원… 石弓교수·김경준·미네르바 이어 박연차도 무료변론

조선일보
  • 문갑식 기자
    입력 2009.04.04 03:28 | 수정 2009.04.04 10:52

    "내 별명이 무균질… 이젠 정치도 세상도 무균질로 바꾸고싶다"
    우리모두가 부정부패의 원흉… 정계복귀? 난 정치서 죽은사람

    그는 이제 또 누구를 변호하러 나설 것인가. 박찬종 변호사가 1월 15일 서울지법에서‘미네르바’박대성씨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끝난 뒤 법정을나서고 있다. / 조선일보 DB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 게이트'에 항상 따라붙는 이름이 있다. 변호사 박찬종(朴燦鍾)이다. 그걸 본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혹시, 그 박찬종?" 맞다. 5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한때 대권(大權)후보였으며 '무균질'이라는 별명을 지녔던 박찬종 전 의원(70)이다.

    2일 그는 서울구치소 앞에 있었다. 박 회장과 '미네르바'를 만나러 갔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들이 하도 전화를 해 못살겠다"고 했다. 5분쯤 통화했을 때 그는 "그런데 어디 기자라고요?"라고 물었다. "Why?의 문갑식"이라고 하니 심드렁하던 목소리 톤이 높아지며 "아! 문 부장"이라며 아는 체를 했다.

    ―박연차 회장을 평소 알고 있었나요?

    "2000년 4월 하순 부산 서면의 한 호텔 지하 사우나에서 처음 봤어요. 박 회장이 '족장(族長) 어른 아니시냐'고 아는 체를 해 나도 '신발장사 잘되냐'고 했지요. 제가 박 회장보다 나이가 윕니다. 내 고향(김해)에서는 집안 어른을 족장이라 불러요."

    ―변호사 선임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지난주 목요일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정말 우연히 만났어요. 사연을 듣고 다음날 변호사 선임계를 냈지요."

    ―박 회장과 접견한 내용을 공개해 검찰이 발끈하고 있습니다.

    "검찰, 참 이상해요. 다른 변호사들은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나는 박 회장에게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아라, 고해성사(告解聖事)하라고 했어요. 당신이 부정부패의 원흉처럼 돼 있지만 진짜 원흉은 따로 있다, 다 털어놓으라고 했습니다. 검찰 수사에 도움을 줬으니 제게 상(賞)을 줘야 할 일 아닙니까?"

    ―그럼 원흉이 누굽니까.

    "우리 모두지요. 돈 받은 사람은 숨고, 그 사람만 만고역적이라고 하면 안 되지요."

    ―박 회장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심장병도 있고 여러 질환이 있습니다. 자기 말로 여러 명이 구속되니 심리적으로도 불안해합니다. 서울구치소에 '○프란치스코'라는 살인범이 있어요. 33살 때 수감돼 지금 마흔아홉입니다. 그 사람 이야기를 해주며 '기운 내라'고 다독이지요."

    박연차 회장, 김경준씨, 김명호 前교수(왼쪽부터)
    ―변호사 보수는 받습니까?

    "저는 형사사건은 무료변론을 맡습니다. 나중에 잘 되면 박 회장에게 재단이나 하나 만들어 기증하라고 할 생각입니다. 지금 할 말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는 '미네르바' 변론도 맡았지요. 무료로.

    "작년 10월인가 당시 김경한 법무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조사하겠다'고 해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됐어요. 신문에서 내 글을 외면해 인터넷에 6차례인가 미네르바 옹호 글을 올렸지요. 주로 '누가 혹세무민의 주역인가, 미네르바 vs 강만수'같은 글입니다. 그 후 구속됐다고 하기에 내가 찾아가 변호를 맡았습니다. 아 참 문 부장, 내가 '올바른 사람들'이라는 NGO를 설립했는데 거기 내 글이 많이 있으니 꼭 읽어보세요. 나는 '대가리'만 까니까."

    ―어떤 '대가리'를 깐다는 겁니까.

    "첫 글이 후광(後廣·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에게 드리는 글이었어요. 대가리들은 다 있어요.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동영, 박근혜까지. 그 글을 모아 '국민에게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판사에게 석궁(石弓)을 쏜 김명호 당시 성균관대 교수 변론도 맡았지요. 그때도 무료로.

    "김 교수 쪽과 제 처가 아는 사이예요. 그쪽에서 울면서 억울하다고 해 제가 맡은 겁니다."

    ―BBK사건의 김경준 변론도 맡았지요? 역시 무료로.

    "김경준 사건은 제가 척 보니 냄새가 났어요. 법조생활을 하며 얻은 직관 같은 거지요. 1심에서 10년 형을 선고받은 뒤 손을 뗐습니다. 김경준이가 판검사 앞에서 넙죽 엎드리며 '살려달라'고 하더니 모든 진술을 뒤집었습니다. 제가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그 사람에게 좋을 리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어째 한결같이 맡은 사건마다 언론에 화제가 될 법한 사건뿐입니까. 그것도 먼저 찾아가고, 전부 무료로. 혹시 유명해져서 다시 정계복귀를 꿈꾸는 건 아닙니까?

    "나는 우리 정치계에서 왕따 당한 사람입니다. 다 죽은 사람이 무슨 정계복귀입니까. 그렇다고 집에 처박혀 골방노인이 될 수는 없잖아요. 국가가 준 고귀한 면허(변호사 자격증)를 잘 써야지요. 내가 변론하는 사람들은 다른 변호사들이 다 피하는, 돈이 안 되는 사람들뿐입니다."

    ―전부 무료면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합니까.

    "선후배들이 조금씩 도와주는 걸로 품위유지하고요, 승용차도 4년 반 전에 팔고 지금은 걸어 다녀요."

    ―그래도 한번 떠보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요.

    "예전에 내 별명이 무균질이었지만 이제는 정치도 무균질, 세상도 무균질로 바꾸고 싶어요. 이런 썩은 정당구조, 썩은 공천도 바꿔야지요. 세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박 전 의원은 대화 내내 "내 목표는 사법개혁이라는 걸 꼭 써달라"고 했다. "유권무죄(有權無罪) 유전무죄(有錢無罪) 풍토를 바로잡고 법관의 독립, 검사의 중립을 지키고 대형 로펌의 음습한 거래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의 입에서는 대화를 할수록 '옛 가락'이 더 유창하고 박력 있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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