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노총… 그래도 "강경투쟁"

조선일보
  • 최현묵 기자
    입력 2009.04.02 06:41

    임성규 새 위원장 선출 내달 동시다발 집회 계획
    '제2촛불'로 돌파구 모색

    "5월 1일 전국 곳곳에 (자본과 정권에 대한) 총반격의 깃발을 꽂자. 80만 조합원의 단결투쟁으로 이명박 정권을 끝장내야 한다."(임성규 신임 민주노총 위원장의 대의원대회 대회사)

    민주노총이 조직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對) 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성폭행 사건으로 인한 대외 이미지 실추와 단위 노조의 잇따른 탈퇴로 드러난 조직 내부의 분열을 '제2의 촛불집회'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1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강경파(중앙파)에 속하는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을 새 위원장에 선출했다. 임 신임 위원장 체제는 성폭행 파문으로 물러난 이석행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까지이며, 민주노총은 오는 12월 조합원 직선제로 임기 3년의 차기 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90도 숙인 이석행 前위원장“정말 죄송합니다.”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 참석한 이석행 전 위원장이 인사말을 마친 후 대의원들에게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조직 내 성폭행 파문으로 물러난 이 전 위원장 대신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을 새 위원장으로 뽑았다. /뉴시스

    민주노총은 또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오는 5월 1일 노동절 투쟁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최근 몇년간 평화적인 집회로 마무리됐던 노동절 집회를 올해는 대규모 도심 시위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 시도, YTN 노조위원장 구속, 경기악화에 따른 실업 증가 등을 불쏘시개로 삼아 '2009 국민촛불 점화식'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절 집회를 계기로 제2의 촛불 정국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계산이다. 서울에서 10만명이 모이는 대중 집회를 여는 등 전국적으로 동시다발적 대(對) 정권 투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은 4월 20일까지 전 조직을 '비상투쟁본부체계'로 운영하고, 16개 지역을 순회하며 단위노조간부 합동토론회, 지역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해묵은 '강경투쟁' 카드를 꺼내든 이유에는 오는 12월 차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제 정파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에도 민주노총은 지도부가 비리 등의 이유로 바뀌는 위기 국면에서 '강경투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초대 권영길 위원장의 뒤를 이은 온건파(국민파) 배석범 위원장 직무대행이 1998년 2월 정부와 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한 사회적 협약에 합의하자, 강경파가 들고일어나 단병호 비대위 위원장 체제로 전환했었다. 2005년에도 온건파인 이수호 위원장이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혐의로 물러나자, 강경파 출신인 전재환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다. 두 경우 모두, 새로 들어선 강경파 지도부는 조직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대 정부 강경 투쟁에 나섰었다.

    임성규 위원장 역시 1995년 민주노총 창설 이래 가장 큰 위기에서 출범했고, 이 때문에 대 정부 투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가장 큰 문제는 단위 노조의 탈퇴와 반발이다.

    인천 지하철노조가 지난달 9~10일 민주노총 탈퇴를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 이후, 단위 노조의 민주노총 탈퇴가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9일 NCC 노조에 이어, 19일 영진약품 노조, 20일 승일실업 노조, 24일 진해택시 노조, 27일 서울 홍은동의 그랜드힐튼호텔 노조까지 연이어 민주노총 탈퇴를 선언했다. 서울 지하철노조(1~4호선), 서울 도시철도공사노조(5~8호선) 등 전국 6개 지하철 노조도 "민주노총의 투쟁 노선과 다른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기아차 노조에서도 조합원들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원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지역지부 전환에 반발해 조합원 찬반 투표를 강행하고 있고, 현대차에서도 금속노조 집행부가 공장 간 물량 전환 수용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일감을 빼앗기는 울산 3공장 노조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l/schView.jsp?id=443" name=focus_link>명지대 이종훈 교수(경영학)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현장과 괴리된 정치적 노동운동'이란 비판에 대해 진지한 내부 토론을 해야 한다"며 "국민들은 민주노총이 투쟁을 하지 않아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 이념성을 내세워 과격하게 투쟁했기 때문에 멀어진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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