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문을 여는 임시국회가 시작부터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28조9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 등을 심의할 이번 국회의 의사일정을 정하는 문제부터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여 회기 내내 곳곳에서 파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월 31일 주호영·서갑원 원내 수석 부대표 간 조율을 통해 임시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4월 1일 개회'에만 합의한 채 지난 26일 이후 서로 평행선을 달려오다 개회 하루를 앞두고 가까스로 합의에 이른 것이다. 쟁점이 됐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한나라당 주장대로 하지 않기로 했고, 대정부 질문은 민주당 안대로 닷새간 하기로 했다.
의사일정을 둘러싼 이 같은 힘겨루기는 최근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 파장과 4·29 재·보선 정국을 서로에게 유리하게 이끌려는 샅바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임시국회 일정 내내 여야 간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의사일정 협의를 통해 지난 2월 국회에서 본회의에 회부하고도 처리하지 못한 디지털방송전환법 등 14개 법안을 1일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하고, 이후 세 번(17·29·30일)의 본회의를 더 열어야 한다는 기존 요구를 관철시켰다. 민주당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 등에 대한 정치공세를 펴며 법안 처리 지연작전을 펼 가능성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겨냥해 "돈 받은 게 민주주의냐"며 "국회는 검찰의 국가 정화 의지와 무관하게 밤을 새워서라도 할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광재·서갑원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측을 겨누고 있는 검찰 수사를 문제 삼으며 이번 국회에서 '현 정권의 공안통치'를 이슈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 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닷새간(6~10일) 열릴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을 성토하며 정치쟁점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여야는 일단 29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키로 했지만 심의과정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추경안보다 15조원 적은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낸 민주당은 정부 추경안을 '(국채 18조원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하는) 빚더미 추경'이라 규정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적 쟁점을 놓고 격돌해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추경안은 5월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해 처리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