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바마 정권의 대북(對北)정책이 정말 있긴 있는가

조선일보
입력 2009.03.30 23:02 | 수정 2009.03.31 18:46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29일 폭스 뉴스 TV에서, 며칠 후로 예상되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에 대해 "우리는 어떠한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2월 10일 "필요하다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했던 말과는 차이가 있다. 열흘 전(19일)에는 티머시 키팅 태평양 사령관도 의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할 태세를 갖출 것"이라며 "미국은 (요격)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종합하면,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제재를 취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안보리에서는 새로운 제재 결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고, 의장국 성명 등 좀 더 낮은 수준의 비난으로 낙착될 공산이 커 보인다.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미국이 강력한 예방외교로 위성 발사를 막거나, 아니면 북한이 발사를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규범이 엄존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상당수 한국인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된다.

이는 한반도의 남·북쪽과 모든 국제사회에 '미국도 별수 없다'는 인식을 퍼뜨리게 될 것이고, 근본적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관한 의문과 혼란을 확산시키게 될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후, "북한 비핵화가 지상(至上) 목표"라면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우리에겐 가능한 여러 대응 방안이 있으며, 그렇더라도 6자회담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사일 문제와 대북 대화 추진은 별개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시각엔 차이가 있는 듯하다. 게이츠 장관은 29일 "근래에 6자 회담이 어떠한 진전도 이룩하지 못했다"면서 "대단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솔직히 말해 나는, 북한에서든 이란에서든 외교를 통한 성공 가능성보다 경제 제재를 통한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며, '외교를 통한 해결'에 회의를 나타냈다.

이렇듯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큰 테두리가 아직 행정부 내에서도 뚜렷이 형성되지 못한 단계다. 국무부에서조차 동아태차관보가 임명되지 못한 채 대북정책 재검토가 진행되는 등 대북 정책의 방향성과 행정부 내의 협의 체계, 의회와의 협력 구조 등 전반이 불투명하다.

북한은 미국의 이런 허(虛)를 찌르기라도 하듯, '대륙 간 탄도탄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적 속임수인 위성 발사'(게이츠 국방장관)로 '핵'의 협상 가치를 더욱 높이려 들고 있다. 한국은 미국만 쳐다볼 뿐, 현실적으로 사용할 지렛대라고는 전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속수무책(束手無策)의 상황이 마냥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적어도 앞으로 4년간, 두 대통령의 재임이 겹치는 동안에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기본 원칙과 대강의 청사진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4월 2일 런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면 조속히 다른 기회를 마련해서라도 필요한 합의와 방략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북한의 공갈외교에 일희일비하며 끌려다니는 일이 끝없이 이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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