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영화들이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한국영화계에 돌파구로 떠올랐다.
순수제작비 1억원의 '워낭소리'가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고 있는 가운데, '실종'이 흥행 순항 중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가 투입된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도 손익 분기점인 63만명을 가볍게 넘겼다.
'워낭소리'는 최근 미국 유력 일간지 LA타임즈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면의 고정 칼럼인 '원(ONE)'은 "'워낭소리'가 한국에서 독립영화로서는 300만 관객을 눈앞에 둔 성공작"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늙은 노부부와 40여 년간을 함께 일해온 소의 모습을 담은 저예산 독립다규멘터리 영화이며, 소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할머니의 모습이 때때로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8억여 원이 투입된 '실종'도 19일 개봉 첫주에 손익 분기점을 넘겼다. 개런티를 재투자한 추자현 등 배우들과 스태프의 의욕이 관객들에게 보상받은 것이다. 이 영화는 28일까지 약 44만명을 동원, 롱런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같은 저예산상업영화의 성공은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 예술관에서 상영되다 조용히 사라지던 일이 대부분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획단계에서 엎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제작도 원활하지 못했다.
그러나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제작비 10억원 미만 영화는 2005년 16편(개봉작의 19.3%)에서 2006년 25편(23.1%), 2007년 35편(31.3%), 2008년 38편(35.2%)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상업적 성공도 이어지고 있다.
'실종'의 홍보를 맡고 있는 모히토의 하혜령씨는 "엄청난 물량 공세를 앞세운 블록버스터들에 대한 실망이 다양한 장르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듯하다"며 "관객들은 이제 사이즈보다는 장르적 개성에 주목한다"고 진단했다.
충무로의 극심한 제작비 다이어트도 새로운 촬영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186만명을 모은 '고사'는 40일만에 촬영을 끝내며 제작비(13억원)를 최소화했다. 또 132만명을 끌어들인 '영화는 영화다'는 주연배우인 소지섭과 강지환이 출연료를 제작비로 투자하는 형식으로 제작비를 줄였다. 제작진은 당시 최소한의 비용으로 촬영이 가능한 장소를 물색했다. 또 한 장소에서 조명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저예산영화의 증가는 산업의 침체기에 형성된 틈새에 창작 기획의 토대를 두텁게 하고 다양한 시도의 장을 제공한다는데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며 "이들 영화의 성공은 충무로의 고질적 악습으로 지적되던 제작비 거품을 없애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