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두 개 담아라.(1억원 담아라)" '큰손' 박연차 회장이 사용하는 독특한 '화폐단위'가 화제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5000만원을 '5000원'으로 부르는 게 입에 배어 있으며, 1억원을 '5000원 두개', 2억원을 '5000원 네개' 하는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일면식도 없었던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차관에게 8억원을 건넨 박 회장에겐, 1억원이 '5000원짜리 2장' 정도로 부담 없는 돈이었던 셈이다.
달러를 애용한 박 회장은 또 '1만달러'를 '만원'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에게 '5만달러'는 '5만원', '10만달러'는 '10만원'으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검 중수부는 박 회장의 진술을 조서로 작성할 때, 박 회장이 실제 의미하는 금액을 일일이 부연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는 지갑 속에 1만달러를 다발로 넣어 다니며,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도 거액을 쾌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장소로 이용한 미국 뉴욕의 한인식당 직원 A씨는 "4~5년 전쯤 박 회장이 식당에 근무하는 한 여직원의 남편이 어렵게 공부하는 유학생이라는 얘기를 듣자,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5000달러를 건넨 적이 있다"며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서울 시내 특급 호텔을 수시로 드나들며 이곳에서 300만~500만원에 팔리는 고가 양주 '로얄 살루트 38년'이나 '발렌타인 30년'을 즐겨 마셨던 것으로 전해진다.
폭탄주를 즐기는 그는 통 큰 '주당(酒黨)'으로도 알려졌는데, 그 비결은 '물폭탄'이라는 얘기도 있다. 보리차를 담아 놓은 양주병을 미리 준비해 놓고, 양주 대신 물을 탄 폭탄주를 마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