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쓰레기 섬 살렸다… 회사 이미지도 살았다"

    입력 : 2009.03.26 03:56 | 수정 : 2009.03.26 07:30

    외딴 섬 사들여 미술관으로… 일(日) 베네세 그룹 후쿠다케 회장 인터뷰
    18년간 고집스레 투자해 폐기물 몸살 앓는 섬 개조
    "기업 이미지 확 바뀌자 충성도 높은 마니아 급증"

    일본 출판·교육그룹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25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여성 CEO와 조선일보가 함께하는 포럼’에 참석, ‘외딴 섬’을 미술관 으로 탈바꿈시킨 비결을 털어놓고 있다. 그는“미술과 예술로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일본 가가와현(香川縣) 해안에 자리 잡은 둘레 16㎞의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 이 섬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눈에 띄지 않는 '그저 그런' 외딴 섬이었다. 구리 제련소가 뿜어내는 각종 폐기물로 몸살을 앓아 황폐해지기까지 했다. 이랬던 이 섬이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33만명(2008년 기준)의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섬 전체를 하나의 현대 미술관으로 개조, 전세계 미술 애호가를 불러들인 것이다. 주민 1인당 평균소득도 가가와현 내 35개 지자체 중 1위로 올라섰다. 사람들은 이를 '나오시마의 기적'이라 부른다.

    기적 뒤엔 한 일본 기업인이 자리 잡고 있다. 2008년 포천지 선정 '일본 20대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일본 최대 출판·교육그룹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63) 회장. 그는 18년을 끈질기게 버티며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경영 성과도 성공적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베네세 그룹은 3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전년 동기대비 7.7%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자신만의 고집으로 똘똘 뭉친 후쿠다케 회장과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성공 비결은?

    나오시마 성공 스토리

    25일, '여성CEO와 조선일보가 함께하는 포럼' 현장에서 만난 후쿠다케 회장은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곧 우리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작업과 맥을 같이했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회장 자리에 오른 1986년, 베네세는 기로에 서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그의 부친 후쿠다케 데쓰히코 창업자는 사업 영역을 유아에서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보는 참고서 생산에 국한했다. 당시, 서점에서 시작한 베네세는 곧 일본 학습지 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사회는 본격적으로 고령화되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만 했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도 바꿔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느낀 후쿠다케회장은, 성인을 상대로 한 어학 교육사업, 노인간호 사업 영역에 진출하는 등 고령화에 맞춰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짰다. 여기에 사회공헌활동은 물론,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을까 하고 고심했다. 이때 떠오른 게 나오시마 프로젝트.

    미술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무인도에 가까운 섬을 탈바꿈시킬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1987년, 그는 10억엔을 주고 나오시마 섬의 절반을 사들였다. 그는 이 후미진 섬을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계획했고,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맡겼다. 처음엔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임원진들 사이에선 "쓸데없는 곳에 돈을 써서 그룹이 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1992년에 미술관과 호텔이 만난 이색적인 건축물 베네세하우스, 2004년에는 건물을 땅속에 묻은 지중미술관을 완성했다. 해안 곳곳엔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설치했고, 사람들이 살다 떠난 빈집조차 '아트하우스'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지금까지 18년 동안 나오시마에 투자한 전체 금액을 밝힐 수는 없지만, 올해 섬에 쏟아 부은 투자 금액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는 데시마(豊島)와 이누지마(犬島) 등 인근 섬에도 미술관을 지으며 제2, 제3의 나오시마를 만들어가고 있다.

    팬을 만드는 회사

    18년 동안 그가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끈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는 "세계적으로 베네세란 회사의 '팬(fan) 집단'을 만들겠다는 일념이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판사업과 교육 사업, 노인간호 사업을 하는 우리 회사는 철저히 '고객 만족'에 대한 대가로 돈을 법니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우수한 제품과 서비스를 뛰어넘어 '존경받고 사랑받는' 회사가 돼야 합니다. 이게 바로 내가 '베네세의 팬들'을 많이 키우려고 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미술과 예술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곧 존경받는 기업을 만드는 지름길이란 신념을 갖고 있다.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팬'을 많이 보유한 회사는 불황 속에서도 끄떡없다"는 것이다. 베네세는 실제로 지난 2008년 불황 속에서도 매출이 7.7%, 당기 순이익은 385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10.4% 성장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 중 하나인 '지중미술관' 내부의 모습./베네세 그룹 제공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글로벌 전략에도 톡톡히 공헌하고 있다. 오늘날 베네세 그룹은 세계 29개국에 진출해 있다. 나오시마는 일본 관광청이 선정한 4대 관광지 중 하나이자, 세계적인 여행잡지 트래블러(The Traveller)지가 선정한 '세계 7대 관광지 리스트'에 파리, 두바이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적으로 나오시마에 대해 마니아 집단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청신호입니다. 이는 분명 우리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끝으로 '예술적 소양을 가진 인재의 중요성'을 꼽았다. "임원 면접은 나오시마 섬으로 불러 직접 한다"고 했다. 미술작품을 보며 같이 거닐 때도 있고, 예술 작품을 보며 문화적 소양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예술을 모르는 인재는 성과가 1위라도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엔 좋은 기업, 매력적인 기업만 살아남습니다. 이러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결국 미술, 더 나아가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창의적이고 여유로운 인재입니다. 이러한 나의 경영관엔 변화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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