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첫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이종찬 변호사측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거액의 돈거래를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종찬 전 수석의 친동생인 종진씨는 23일 대검찰청 기자실에 팩스를 보내서 "내가 박 회장에게 투자금 형식으로 7억원을 차용했으며, 이 중 5억4000만원을 형님의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으로 빌려줬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명 자체에 석연찮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종진씨가 이른바 '투자금'을 받은 시기. 이씨는 2002년 모 증권회사에서 퇴직한 뒤 자산관리자문업체인 J사를 설립했으며, 2003년 3월쯤 박 회장에게 7억원을 투자받았다고 말했다. 이 시점은 서울고검장이던 이종찬 전 수석이 검찰에서 사직(2003년 3월)하고 변호사 개업을 한 시점(2003년 4월)과 일치한다. 동생 종진씨는 돈을 받자마자 박 회장에게 받은 '투자금' 7억원 중 5억4000만원을 형의 사무실 보증금으로 빌려줬다는 것이다.

자산관리자문업체의 사장이 '고객'의 투자금 대부분을 빼내서 사적인 용도로 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박 회장이 사실상 자신과 오랜 지기(知己)였던 이 전 수석에게 변호사 사무실 보증금을 대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이종찬 전 수석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생과 박 회장의 돈거래는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했다.

개업한 지 1년도 안 된 동생이 자신에게 5억원 넘는 거액을 빌려줬는데 '어디서 났느냐'고 묻지도 않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 전 수석의 동생 종진씨는 형에게 돈을 빌려준 지 7개월 만에 돈을 되돌려 받았으며, 4년 이상 굴리다가 2008년 2월에 박 회장에게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7억5000만원을 갚았다고 말했다. 2008년 2월은 이 대통령이 취임하고, 이 전 수석이 현 정권 첫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던 시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 회장은 현 정권이 벼르고 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현 정권 요직에 등용되는 사람 입장에선 혹시나 문제가 될 소지를 없애려 했던 것은 아니었느냐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더구나 7억원을 5년간 빌려 쓴 이자로 불과 5000만원만 지급했다는 것도 통상적인 채권·채무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개인 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은행 이자가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연이율 5%만 쳐도 7억원을 5년간 빌릴 때 이자는 2억원 가까이 된다.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 홍만표 수사기획관은 24일 브리핑에서 이 전 수석측과 박 회장의 이 같은 석연찮은 돈거래문제 등에 대해 "우리 스탠스대로 (조사)할 테니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이 전 수석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젊은 혈기로 만나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다"면서도 "불법 자금을 받은 일은 없고 박 회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 준 게 전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