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경남 김해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김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봉하마을이 있고, 박연차 회장의 사업 근거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형 건평씨의 구속 이후 3개월 가까이 사저에 칩거해온 노 전 대통령은 24일 오리농법 창시자인 후루노 다카오(古野隆雄) 박사 일행을 1시간 정도 접견한 것을 말고는 외부와의 접촉이 없었다.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봉하마을은 노 전 대통령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도 줄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봉하마을 한 주민은 "계속되는 검찰 수사 때문에 마을 전체가 외관상으로는 조용하지만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에 '자신에게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글 등 모두 6편의 글을 올려 '인터넷 정치'를 재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검찰이 박 회장의 해외 비자금 사용처를 처음 확인한 시점인 지난 15일 마지막 글을 올린 뒤 더 이상의 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김해시 안동에 있는 태광실업도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자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원들은 취재진의 전화에 일절 응대하지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회사의 장래에 대한 우려 등으로 상당수 직원이 불안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시의 경우 송은복 전 김해시장이 구속된 데 이어 박 회장 소유의 김해시 주촌면 정산컨트리클럽 인·허가 서류 등을 검찰이 최근 압수해 가자 공무원들은 어떤 뇌관이 또 터질지 몰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해 지역의 한 기업인은 "하루빨리 수사가 마무리돼 지역 경제 등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