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자적했던 2007 여름 지난 2007년 6월 자신의 부인이 소유한 잔디밭에서 골프채를 들고 걸어가고 있는 노건평씨. 박연차 회장의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에서 그가 2004년 이후 각종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구속)씨가 노 정권 시절 각종 선거에 개입하고,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봉하대군은 구(舊) 여권 돈줄

건평씨는 최근 대검 중수부에 구속된 이정욱 전 해양수산개발원장이 2005년 4·30 재·보선에서 김해갑에 출마하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두 차례에 걸쳐 라면 박스에 넣어 준 현금 5억원을 직접 이씨에게 '배달'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인적이 드문 자신의 집 부근 자재창고 주차장을 아지트로 사용하기도 했다. 박 회장과 이정욱씨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이 후보가 자금이 부족할 테니 도와주라"고 말한 사람도 건평씨였다.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이 2004년 6·5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건평씨는 이때 박 회장에게 "마음 크게 먹고 (장씨를) 한번 도와주라"고 말했고, 박 회장이 측근을 시켜 장 전 차관측에 돈다발을 보냈다고 검찰은 말했다. 정치자금이 부족한 신인 정치인들이 '봉하대군(건평씨)'을 찾아갈 때마다 두둑한 실탄 보따리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힘없는 농부'가 아니라 '큰 어른' 행세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국회에서 탄핵을 당하기 직전, 친형인 건평씨를 지칭해서 "시골에서 농사나 짓는 힘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 건평씨는 과거 동생 노 전 대통령의 총선 출마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임야를 팔고, 2002년 대선을 앞두고선 거제도 별장을 역시 박 회장에게 10억원에 팔기도 했던 것으로 지난해 대검 중수부 수사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건평씨는 김해 일대에선 '큰 어른'으로 통했고, 선거에 출마하려던 사람들은 으레 건평씨에게 '문안 인사'하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한 법조인도 "노 정권 당시 건평씨는 PK지역의 최고권력이었으며, 힘의 원동력은 박연차 회장의 돈이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건평씨의 선거개입 사례가 더 있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핫이슈] '박연차 회장' 정관계 로비 확산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