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좌파들, 북(北) 미사일 발사 먼저 규탄하고 PSI 시비해야

조선일보
입력 2009.03.24 23:14 | 수정 2009.03.24 23:50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20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전면 참여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일부 좌파 단체들은 연일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PSI 참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3일 "PSI를 하면 전략물자를 싣고 가는 선박을 검문하게 돼 북한이 반발할 것이며 총격전이 벌어지면 해전(海戰)이 되고 해안포대까지 가세하면 전쟁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세력이 PSI 참여 문제를 이념 대결 양상으로 끌고 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PSI는 핵·미사일·화학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WMD)가 불량 국가나 국제 테러조직으로 옮겨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 공조체제다. 2003년 9월 미국 제안으로 시작돼 9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PSI 목적과 원칙을 지지한다"면서도 PSI 훈련에는 참가하지 않는 옵서버 자격으로 관련 브리핑을 받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PSI에 관한 김 전 대통령과 좌파 주장에는 과장과 논리적 비약이 적지 않다. 우선 PSI는 북한의 '전략물자'가 아니라 핵·미사일을 겨냥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전략물자'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가 북한이 한반도 밖으로 핵·미사일을 가지고 나가도 괜찮다는 취지라면 한국은 앞으로 북한 핵·미사일 저지 국제공조 강화를 주장하기 어렵다. 한반도 밖으로 나가는 북한 핵·미사일은 나 몰라라 하면서 한국이 필요할 때만 국제공조를 요구하면 국제사회에서 설 땅이 없어진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월 채택한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라 북한의 안보관련 의혹 물자 운송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6년 해경이 영해를 지나는 북한 선박을 22번이나 호출했어도 북측이 무시한 데서 보듯 남북 합의서가 PSI의 대안이 되진 못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PSI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 핵·미사일 확산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외부로 빼돌리는 일이 벌어지면 한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반도 정세는 극도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좌파 진영에서 PSI 참여를 시비하려면 북한 핵·미사일부터 규탄해야 한다.

PSI는 한때 미국 일방주의의 산물로 간주돼 논란을 빚었고 각국 선박의 '무해(無害)통항권'을 보장한 국제해양법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참여국이 늘면서 논란도 줄어들고 세계적인 외교·안보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PSI 참여 문제는 이념 대립으로 끌고 갈 게 아니라 남북관계 전망, 한미동맹과 국제적 외교·안보 협력에 관한 전략적 고민과 득실(得失)을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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