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학교의 '맛있는 영어 수업'

조선일보
  • 강화=이두 기자
    입력 2009.03.21 04:02 | 수정 2009.03.21 07:33

    강화 덕신高의 '파격'
    美서 대화 녹취록 전송 즉석채팅 재미도 쏠쏠

    지난 12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덕신고등학교 영어 전용 교실. 헤드폰을 낀 1학년1반 학생들이 자신에게 부여된 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하니 잠시 후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미국인 교사의 얼굴이 나타났다. 미국인 교사들이 손을 흔들며 환한 모습으로 "Hello"(안녕하세요) 하고 외치자 학생들은 곧바로 마이크에 "Hello, teacher"(안녕하세요, 선생님)라고 답하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한 미국인 교사가 이동준군에게 말했다. "I can see about twenty stu- dents in your room."(교실에 20명 정도의 학생이 보인다) 그러자 이군은 "No, No, about thirty"(아니, 약 30명이다)라고 답했다. 이날 학생들은 학교생활, 친구관계, 부모 직업, 취미, 날씨, 장래 희망 등을 주제로 미국인 교사들과 대화를 나눴다.

    덕신고교 1~2학년 197명 전원은 요즘 색다른 영어 공부의 즐거움에 빠져 있다. 이 학교가 인천시교육청 지원으로 올해 새 학기부터 시작한 '컴퓨터를 이용한 미국 현지 교사와의 1대1 영어 수업' 덕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미국인 현지 교사와의 화상 원격 수업은 작년 본격적으로 시작돼 현재 서울·경기·대구·제주를 제외한 전국 12개 시·도의 농어촌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1학급당 1교사 또는 학생 4~5명당 1교사 방식이다.
    "Hello, teacher … 난, 美현지 교사와 1대1 화상대화 중" 지난 12일 인천시 강화군 덕신고등학교 학생들이 인터넷 화상전화를 이용해 미국 현지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덕신고처럼 학생과 교사가 1대1방식으로 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인천시교육청은 덕신고를 위해 교재와 컴퓨터시설을 구입해주는 등 8000만원을 지원했다.

    덕신고교 학생들은 별도로 마련된 영어교실에서 반별로 돌아가며 매주 두 차례 화상 인터넷을 통해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영어 교사들로부터 영어 교육을 받는다. 수업은 정원 35명씩인 한 반을 11~12명씩 3개 조로 나눠 한다. 영어 교실 한쪽에 설치된 영상수업반에서 제1조가 화상 수업을 하는 동안 2·3조는 영어 소설을 읽거나 모니터로 영어TV를 시청한다. 1개 조당 수업시간은 15분이다. 미국인 영어 교사들은 모두 12명. 미국 정교사 자격증이 있고, 최소한 5년 이상 교직 현장 경험이 있는 전·현직 교사들이다.

    학생들은 1대1 화상 수업을 통해 대화 내용은 물론 교사의 손짓과 표정 등 움직임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미국에 있는 영어 교사들 또한 학생들의 표정과 손놀림, 교실 분위기 등을 바로 파악해 질문을 던지고 답해준다. 미국인 교사들은 수업 중 학생들이 대화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면 즉석 채팅을 통해 대화 내용을 학생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학생들은 "영어 수업이 재미있어졌다"는 반응이 많다. 정대철군은 "첫날은 Yes와 No만 반복하며 우물쭈물하다 보냈다"며 "안 되겠다 싶어 영어 잘하는 친구 도움을 받아 대화 내용을 미리 적어 왔지만 그래도 입은 잘 떨어지지 않더라"고 했다. 김민주양은 "기존의 영어 수업과 달리 생동감이 넘치고 아주 즐거웠다"며 "선생님이 말하는 내용의 30% 정도를 알아들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학생과 미국인 교사들이 나눈 대화 녹취록은 2주 후 미국에서 이 학교로 이메일로 날아와 학생들 실력 점검에 쓰인다.

    이 학교 강동철 영어교사는 "미국 교사들이 학생들의 영어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당분간 대화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 다음 어휘와 문법·듣기·말하기로 구성된 교재로 진도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정정호 장학사는 "인천 섬 지역 학교는 영어 교육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원어민 교사 파견도 쉽지 않아 이런 방식의 영어 교육을 도입했다"며 "성과가 좋으면 다른 학교로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인천시 강화도 덕신고등학교 학생들이 인터넷 화상전화를 이용해 미국 현지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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