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마다가스카르

조선일보
  • 김기천 논설위원
  • 김도원
    입력 2009.03.20 23:02 | 수정 2009.03.23 10:31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아프리카 동부에 있는 '마다가스카르'라는 부유한 섬나라 이야기가 나온다. 폴로는 날개 길이가 4m나 되고 코끼리도 들어올릴 수 있는 새를 비롯해 온갖 희한한 생물이 그 섬에 살고 있다고 했다. 폴로의 글은 엉터리였지만 마다가스카르는 실제 세계적인 생태계 보고다.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를 비롯해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동식물 20만종의 4분의 3이 다른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종이다.

    ▶우리와는 별로 인연이 없던 마다가스카르가 지난해부터 국내 언론에 자주 오르고 있다. 옛 ㈜대우에서 분리 독립한 물류업체 대우로지스틱스가 마다가스카르에서 땅 1만3000㎢를 99년간 임차해 옥수수와 팜오일을 재배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다. 제주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대규모 해외 식량생산기지를 확보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작년 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여기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대우가 방대한 땅을 공짜로 가져가려 한다'는 제목으로 관련기사를 내보내면서 '신식민주의' '해적'처럼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한국이 식량 안보를 위해 가난한 나라를 수탈하려 든다는 식이었다. 대우가 20년간 60억달러를 투자해 7만개 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현지 식량사정이 나빠지면 옥수수를 수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무시했다. 의도적 왜곡보도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선진국 기업들이 가난한 나라 농지를 사들이는 데 대해 비판적인 국제사회 여론을 자극했다. 캐나다 민간연구기관 글로벌리서치는 작년 말 한 보고서에서 '새로운 형태의 농업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한국의 마다가스카르 농지 인수를 들기도 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선진국 농업투자와 관련해 토지 임대차 거래에 부패 정치인들이 끼어들고 유목민들이 생존권을 박탈당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최근 정변이 일어나면서 대우의 농지 임차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새로 정권을 장악한 쿠데타 지도부가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를 들어 "합의 취소"를 선언한 것이다. 식민주의의 원조라 할 영국 언론의 심술이 결과적으로 먹혀든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론 외국 기업의 농지 취득에 대해 아프리카 현지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실망하지 말고 해외 토지개발사업에서 투자자와 현지인 모두가 조화롭게 상생하는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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