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간 쌓였던 '인연' 화폭에 담았어요"

조선일보
  • 손정미 기자
    입력 2009.03.20 03:04

    전시회 여는 일당 스님

    김태신 스님.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제가 산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산이 어머님 품같이 포근히 안아주기 때문입니다."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풍경화 전시회를 여는 일당(日堂) 김태신 스님(88)에게는 그림 그리는 스님이라는 것과 함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그의 어머니는 일제 강점기 신여성이었던 일엽 스님(본명 김원주·1896~ 1971)으로, 일본 권력자의 아들과 사랑에 빠져 일당 스님을 낳은 뒤 출가의 길을 택했다. 일당 스님은 열네 살 때 처음 수덕사로 어머니를 찾아가 그리움과 설움을 쏟아냈다. 일엽 스님은 동경 유학파이자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였던 나혜석과 친구였다. 일당 스님은 "수덕사로 어머니를 찾아가면 어머니가 근처 수덕여관에 가 있으라고 하셨다"면서 "당시 수덕여관에 머물던 그분(나혜석)과 모자(母子)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나혜석은 어린 일당 스님을 아들처럼 생각해 품에 안아주곤 했다.

    미술에 재능을 보인 일당 스님은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그림을 배우다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에 입학했다. 그 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화가로 활동해오다 60세가 넘어 출가했다. 일당 스님은 "어머니를 만난 뒤 함께 있고 싶어 출가하겠다고 했지만, 어머니는 세상을 좀 더 배운 다음에 출가해도 늦지 않다며 말리셨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 법수사(法帥寺)에 머물며 그림을 그리는 일당 스님은 이번 전시를 통해 88년간 쌓였던 인연에 대해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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