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이

지름 20인치(50.8㎝)짜리 작은 바퀴의 자전거가 점프대를 타고 올라 하늘을 난다. 공중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기술의 향연은 프리스타일 BMX(Bicycle Motocross)를 익스트림 스포츠(Extreme sports·부상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스포츠)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인기 종목으로 만들었다. 스피드를 겨루는 BMX 레이싱도 세계적인 인기를 발판으로 베이징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하지만 BMX의 한국 등록선수는 50여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국 BMX의 유일한 여자선수 박민이(19)가 이미 세계 정상권에서 페달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끝난 '토론토 BMX잼 2009' 여자부 파크(park·구조물을 이용해 기술을 겨루는 종목)에서 박민이는 총점 69점으로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지난 1월 호주 멜버른에서 펼쳐진 '2009 록스타 BMX'에서 한국 BMX 사상 최초로 세계 무대 정상에 오른 뒤 두 달 만에 거둔 값진 성과였다. 두 대회 모두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정상급 대회였다. 자전거를 떼 놓으면 박민이는 작고 귀여운 천생 10대 소녀다. 커다란 눈망울은 겁이 많을 것이라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도통 겁을 모르는 여장부로 변한다.

박민이를 호주대회 1위에 올려놓은 비결은 경쟁자를 압도하는 점프력이다. 높이 3m 가량의 쿼터파이프(원통의 4분1 모양으로 된 점프 구조물)를 박찬 박민이는 지면에서 약 6m 높이까지 날아올라 연기를 펼쳤다. 겁이라곤 없었다. 힘을 위주로 한 기술을 펼치는 호주나 뉴질랜드 선수들도 "무슨 여자선수가 저렇게 높이 뜨냐"는 반응을 보였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의 박민이는 자전거만 타면 무서운 승부사로 변한다. 박민이는“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가 시시하게 느껴질 정도로 BMX는 짜릿하다”고 했다.

박민이의 높은 점프는 악착같은 승부욕과 훈련의 결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사 온 중고 자전거로 BMX와 인연을 맺은 박민이는 그 때부터 'BMX를 하는 유일한 여자선수'로 살아왔다. 박민이는 "남자들이 2시간 연습하면 난 4시간 연습해 남자선수들의 점프를 따라잡으려고 했다"고 한다. 키가 작아 타지 못하던 20인치 짜리 바퀴의 자전거를 지난해부터 타기 시작하면서 박민이의 실력은 급성장했다.

주 종목은 파크지만 올해부터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정식 종목인 레이싱을 병행할 생각이다. 레이싱에서도 박민이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스피드를 내기 위한 근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독보적인 점프 기술이 있다. 누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레이싱에서 점프를 잘하는 선수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코스를 달릴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열린 레이싱 대회에서 박민이는 30명 중 10위를 차지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출전 선수 중 여자는 박민이가 유일했다.

박민이는 지난 2월 고교 졸업장을 받았지만 대학 진학은 당분간 미뤄두기로 했다. "세계 최고가 될 때까지 BMX만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1차 목표는 7월에 열리는 독일 BMX 마스터 대회이다. '뭐가 좋아서 그렇게 열심이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날아보면 안다"고 했다. "하늘에 떴을 때 제 파란색 자전거가 푸른 하늘 속을 달리는 듯한 기분은 아무도 모를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