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국제형사재판소장

    입력 : 2009.03.12 23:04 | 수정 : 2009.03.13 09:34

    지난 1월 27일 콩고민주공화국 민병대 지도자 토머스 루방가가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섰다. 미성년자를 유인 납치해 소년병으로 부린 혐의였다. ICC 수석검사 오캄포가 루방가의 행위가 비인도적이라고 공박하자 루방가측 변호인인 프랑스 인권변호사 카트린 마빌르가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재판"이라고 변론을 시작했다. 국가 간 이해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ICC에서 피고들은 무죄 근거를 대는 대신 "왜 나만 처벌하느냐"는 식으로 맞선다.

    ▶ICC는 2002년 '전쟁이나 반(反)평화·비(非)인도적 국제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2차대전이 끝나고 나치 독일과 유대인 학살을 다룬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 모델이다. 1998년 120개국이 설립에 동의했고 2002년 66개국 비준을 거쳐 발족했다. 단죄 대상은 출범 후 사건에 국한된다. 개인을 처벌한다는 점에서 국가 분쟁을 심판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다르다.

    ▶지금 ICC에는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문제가 걸려 있다. 지난 4일 현직 대통령 알바시르를 민간인 학살혐의로 체포하라고 영장을 내준 이후 수단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고 국제사회가 둘로 갈라져 있다. 유럽·아시아에선 찬성이 많지만 중국러시아는 "위험스러운 전례"라는 입장이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 김정일도 비인도적 범죄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현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ICC 소장은 18명의 재판관들이 호선한다. 서울대 교수 출신의 송상현 ICC 재판관이 그제 임기 3년의 소장에 선출됐다. ICC는 "그가 법원 운영과 관련해 폭넓은 실무적·학문적 경험을 겸비하고 있다는 점을 동료들이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송 신임 소장은 독립운동가 고하(古下) 송진우 선생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총리의 맏사위다. 2003년 85개 회원국 중 65개국 지지를 받아 재판관에 당선됐고 2006년 재선됐다.

    ▶송 소장 앞엔 아직 채 정착되지 않은 ICC의 기틀을 잡는 임무가 놓여 있다. "ICC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입을 미루고 있는 미국의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어 미국인이 전쟁범죄자로 소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송 소장의 당선은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은 한국 외교의 낭보다. 그가 ICC를 반석 위에 올려놓아 국제기구사(史)에 남는 인물이 되길 기대한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