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北韓) 가는 우리 국민은 '잠재적 인질'?

    입력 : 2009.03.11 03:10 | 수정 : 2009.03.11 06:59

    억류사태 다시 일어나도 '북(北)의 선처' 만 기다릴 뿐…
    "정부가 신변 보장받아야"

    북한이 남한 국민 620명을 사실상 '억류'한 지 하루 만에 묶어놨던 남북 왕래를 풀었다. 그러나 군(軍) 통신선은 여전히 끊겨 있는 등 불안한 상태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조차 "북한이 언제, 무슨 빌미로 육로 통행을 다시 차단할지 모른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들을 예전처럼 북한에 보내도 괜찮은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통행을 계속 승인할 것이란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근거를 대라면 없다"고 했다. 이어 '재발 방지 대책이 있느냐'고 묻자 "남과 북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우리 국민이 다시 억류 상태에 놓일 경우, 이번처럼 북한의 '선처'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 대변인은 "북측에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고 북측이 화답을 한 것"이라고 했지만 "북한이 남한 정부의 항의 때문에 억류를 풀어준 것은 아닐 것"(국책연구소 연구원)이란 견해가 많다.
    북한은 이들 근로자들의 바쁜 마음을 알까. 북한이 10일 오전 우리 민간인들의 개성공단 출입을 다시 허용한 뒤 한 공단 입주업체 직원이 파주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개성으로 급히 떠나고 있다./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전문가들은 "이 시점에서 최소한 남한 민간인의 신변을 보장한다는 북측 언급이 있을 때까지 방북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지난 1월 30일 "남북 간 정치 군사 합의 무효화"를 선언했기 때문에 안전을 보장한 종전의 남북합의서만 믿고 있으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 당국 간 접촉은 끊겼지만 민간 차원의 인적·물적 교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연간 15만9214명이던 남북 인적 왕래는 2008년 18만6775명으로 17%쯤 늘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이번 사태로 북한이 '예측 불가능한 정권(enigmatic regime)'이라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도 잘 알게 됐을 것"이라며 "남북 대화가 재개될 때까지 국민 스스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조원 중앙대 교수는 "정부는 비공개 루트나 중국 등을 통해서라도 국민 신변에 대한 안전은 확인받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육·해·공 충돌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상태에서 북한 지역의 우리 국민이 언제든 '인질'이 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정부가 모든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견해도 있다.

    반면 "방북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양무진 경남대 교수는 "통행 차단이 하루 만에 풀린 것 자체가 그동안 남북 교류·협력의 성과"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작년 10월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겨우 벗어난 북한이 '민간인 인질' 게임을 벌이지는 못할 것"이라며 "북한이 가장 바라는 미·북 관계 정상화 관점에서도 민간인 방북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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