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비상 상황… 국가적 결단 필요"

입력 2009.03.11 03:11 | 수정 2009.03.11 09:56

바닥 드러낸 안동 임하댐 찾은 이만의 환경장관
60년 뒤 '녹색성장'보다 향후 60일 수질이 더 중요
농촌공사·수공 수리권(水利權)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줘야

9일 경북 안동시 임하댐. 맨땅을 드러낸 댐 앞에서 이만의(63) 환경부장관은 한참을 서 있었다. 이 장관은 "장기 가뭄과 (낙동강에 방류되는) 댐물이 줄면서 수질(水質)이 타격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낙동강 때문에 머릿속이 온통 짓눌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임하댐 현장 방문에 동행한 기자에게 이 장관은 위기감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장기 가뭄으로 낙동강 수량이 줄면서 수질오염이 심화되는 작금의 사태를 '비상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1호 정책'(4대강 사업)이 구멍이 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60년 앞을 내다본 '녹색성장'보다 지금은 '향후 60일간 수질관리'가 더 중요하다"며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물관리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적 차원의 결단이 요구된다"는 말도 여러번 나왔다.
가뭄만 탓할 일일까. 물이 차 있어야 할 안동 임하댐이 맨땅을 드러냈다. 9일 현장을 보러 온 이만의 환경장관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는 정부의 물관리 시스템이 잘못돼 있다고 했다./박은호 기자
수질과 수량관리가 나눠진 것은 물론, 수량도 ▲광역상수도 ▲지방상수도 ▲농업용수 ▲지하수 등 분야별로 복잡하게 얽힌 현재의 물관리 시스템을 통합·일원화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관리 일원화 논의는 수량과 광역상수도는 국토해양부가, 수질과 지방상수도는 환경부가 맡는 바람에 "시설 공급 과잉으로 낭비된 세금만 4조원에 이른다"는 2004년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오면서 한때 불붙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철밥통처럼 깨기 어렵다는 부처 간 기득권 때문이었다.

내무 관료 출신인 이 장관은 신중하고 조용한 언행의 소유자다. 그런 이 장관이 다른 부처를 자극할 수도 있는 발언으로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이다. 무엇이 그의 뇌관을 건드린 것일까.

―물관리 시스템 개편이 왜 필요한가.

"낙동강을 보라. 수량이 부족해 수질악화로 이어진 게 명백하지 않나. 앞으로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낙동강물을 정수해서 먹는 수돗물의 안전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올 1월 대구시에서 발생한 1,4-다이옥산 사고처럼) 퍼클로레이트와 중금속 같은 다른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도 들어오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물관리 시스템을 개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질 데이터엔 이미 빨간 불이 켜졌다. 낙동강 유역 5개 댐의 하천유지용수 방류량이 줄어들면서 올 1월부터 수질지표가 급격히 나빠진 것이다. 낙동강 하류의 물금 취수장의 경우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물속 오염물질을 없애는 데 필요한 산소의 양)가 지난달 평균 10.1PPM(100만분의 1)으로 치솟아 7단계로 된 수질등급 가운데 최하등급(매우 나쁨)을 기록한 상태다.

물속 플랑크톤의 과다 번식 여부를 가리키는 클로로필-a(엽록소) 지표는 최하등급(7등급) 기준의 2~3배가량 농도가 더 짙었다. 환경부는 "물금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수질이 최악 수준"이라고 했다. 고령과 금호강 취수원 등 다른 지점도 오염도 상승 추세가 뚜렷했다.
이 장관은 "하천유지용수뿐 아니라 농업용수도 걱정이다. 지금은 먹는 물 수원(댐물)은 국토해양부가 맡고, 농업용수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맡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국가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자원공사가 댐 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건가.

"강원도 태백시의 광동댐 사례를 보라. (수공이 물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지난 1월부터 제한급수가 이뤄져 수공이 비난을 받고 있다. 댐 물을 어느 용도로, 얼마만큼 쓰느냐 같은 기본적인 포맷조차 없지 않나. 이 얼마나 비과학적인 접근이냐. (관리를 잘못한) 수공은 지금 막상 위기가 다가오니 댐 아래에 있는 흙탕물을 쓸 궁리까지 하고 있다."

―작년 초 이명박 대통령이 "물 일원화 논의는 중단하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일원화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유보했을 뿐이다." 이 장관은 "이제는 다목적댐(건설)은 안 된다"며 최근 정부 일각에서 진행되는 대형 댐 건설 논의에도 선을 그었다. 대신, 가뭄으로 인한 현재의 물 부족 사태가 주로 대도시가 아닌 산간지방 같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방 여러곳에 중소형 저수지를 되도록 많이 만들어 수원을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형 댐 건설은 하지 말자는 건가.

"기후변화로 인한 장래의 물 부족 상황에 대비하려면 되도록 물 그릇(댐이나 저수지)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형 댐보다는 중소형 저수지가 낫다는 말이다."

당사자에겐 '폭탄성 발언'으로 들림 직한 말도 나왔다. "농촌공사나 수공의 수리권(水利權)을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촌공사는 농업용수를, 수공은 댐물을 관리하며 지자체로부터 물값을 받고 있는데, 이런 권한 자체를 지자체에 넘겨 물 관련 시설을 지자체가 관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장관은 "농촌공사나 수공은 자기 역할이 끝났으면 선셋(sunset·해가 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자꾸 다른 파생사업을 벌이면서 변전(變轉)하면서 존속하고 있다"며 "원래 산업기지 건설공사로 출발한 수공이 이후 댐 건설에 뛰어들고 이후엔 다시 광역상수도로 뛰어든 게 그것 아니냐"고 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내 말을) 부처 이기주의로 몰아붙이지 말아 달라"는 주문을 여러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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