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 센텀시티' 개점 다음 날인 지난 4일 오전 10시35분쯤 이 백화점 지하 1층 매장.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부인 엘레나(Elena·33)씨와 여행온 이고르(Igor·35)씨는 시푸드 코너에서 장어덮밥 등을 사고 있었다. 이고르씨는 "시설이 너무 멋있다. 상품들도 최고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매장 면적이 지하 4층·지상 9~14층에 12만6447㎡(3만8250평)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건물 상주 인원도 2만명으로 단일 건물 중 국내 최대다. 이 백화점엔 1층에서 9층까지 공간이 뻥 뚫린 수직 회랑이 3곳이다. 이들 회랑 3곳의 1층엔 광장이 있고, 손님들이 쉴 소파 등이 놓여 있다. 매장 안에 그것도 한 복판에 대형 쉼터가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쇼핑 온 이진숙(여·42·해운대구 재송동)씨는 "문 열기 전 바깥에 서있던 수많은 인파가 안으로 몰려들면 미어터질 줄 알았는데 실제 안으로 들어갔을 땐 사람들이 금방 흩어져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안이 넓더라"며 "보다 여유 있고 쾌적한 쇼핑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개점날 백화점 내방객은 13만명(사전 개장 이틀 포함해 19만명)을, 매출액은 44억원(〃 81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측은 "국내 백화점 개점 매출 사상 최고 기록"이라고 말했다.

양(量)만 그런게 아니다. 질(質)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샤넬·루이뷔통·에르메스 등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여러 장르 상품들을 모두 갖춰 놓고 파는 '플래그십 스토어'에다 나이키·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의 100~200평짜리 '메가숍' 등 고급스러운 매장들이 즐비하다. 패션·식음료·스파랜드 등 인테리어를 미국·일본·이탈리아 등의 세계적 명장들이 설계, 내부 시설들이 특급호텔 수준의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오전 11시쯤 백화점 1층 명품 매장 주변. 베트남·캄보디아 여행을 마치고 부산으로 쇼핑 온 이현승(32·서울 회기동)씨는 "홍콩이나 도쿄 등지의 백화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며 "서울의 백화점보다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엔 온천탕과 찜질방을 갖춘 '스파랜드'에다 아이스링크, CGV영화관, 교보문고, 대형 실내 골프레인지, 토종·이국풍 진미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푸드 몰', 400석이 넘는 첨단 시설의 문화홀, 리히텐슈타인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이 들어서 있다.

쇼핑에다 식도락·웰빙·엔터테인먼트 등 갖가지 재미와 놀이들이 버무려졌다 할 수 있다.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하는 디지털 시대의 '퓨전'이 백화점까지 진출, 부산권 사람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아이스링크에서 네 살짜리 아들에게 스케이트를 타게 하고 있던 왕은영(여·35·부산진구 당감동)씨는 "애기 데리고 스케이트 타고, 책방에서 같이 책 읽으면서 놀려고 왔다"며 "시설이나 서비스가 좋아 자주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1층 스파랜 드 안의 온천탕(위). 신세계 센텀시티점 6층 갤러리(아래).

1~3층에 걸친 스파랜드는 탄산천과 식염천의 두 가지 온천탕에다 찜질방으로 이뤄졌다. 찜질방은 참숯가마·소금방 등 보통 접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고대 로마의 찜질방인 '로만룸', 고대 터키의 사우나방인 '하만룸', 피라미드의 신비한 기를 받는다고 주장하는 '피라미드룸'등 색다른 공간까지 13가지 룸을 갖추고 있다.

5층 교보문고엔 어린이 전용 독서공간인 '키움', 유리벽 너머 쏟아지는 햇살 아래 수영강변을 바라보며 음악 감상을 하거나 관심 있는 매장의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채움' 등이 있다. 수많은 책을 공짜로 보면서 놀 수 있다는 얘기다. 7~9층에 있는 CGV영화관엔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국내 최대의 27m짜리 스크린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스타리움'(일반 영화관 관람료에 2000원 추가)이나, 큼직한 릴랙스 의자에 앉아 다과 서비스를 받으며 영화를 보는 '프리미엄 상영관'(1인당 2만5000원)이 등장했다.

부산시 김윤일 경제정책과장은 "신세계 센텀시티는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의 쇼핑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수도권과의 격차를 해소하고, 문화와 쇼핑·레저·관광 등이 어우러진 지역의 새로운 체류형 관광자원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