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폭행당하더니, 이번엔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불법 시위대에 잇따라 집단폭행을 당했다.

지난 7일 밤 '용산참사 추모 시위대' 200~300명이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역→종로5가→시청→영등포구청역으로 몰려다니며 '게릴라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을 무차별 폭행해 16명을 다치게 하고 무전기 7대를 빼앗았다.

무법천지의 발단은 용산철거민 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가 7일 오후 7시쯤 서울역에서 주최한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촛불문화제'였다. 참가자 500여명은 대부분 민주노동당·진보신당·민주노총·전국철거민연합 등 작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주도그룹이었다.

집회가 끝난 오후 9시쯤 시위대 200여명이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사복경찰관 3명을 폭행했다. 시위대는 오후 9시10분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에서 혜화서 정보보안과 박모(36) 경사를 폭행하고 무전기를 빼앗았다. 곧이어 누군가 박 경사의 카드로 15만4000원짜리 점퍼와 담배 2만5000원어치를 사는 '강도 행위' 까지 벌어졌다. 시위대는 오후 9시20분쯤 동대문역과 종로5가역 사이에서 혜화서 정보보안과 최문용(52) 과장과 김모(24) 수경 등 10명을 폭행하고 무전기 4대를 빼앗았다. 이들은 영등포구청역으로 몰려가 경찰관 2명을 폭행하고 무전기 2대를 탈취했다.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8일 "근무중인 경관을 납치·폭행하고 지갑을 강취한 것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태"라며 엄정한 사법처리를 다짐했다. 용산 범대위는 "평화행진 중인 시위대를 검거하려고 하니까 저항한 것"이라며 "지갑 탈취사건은 범대위와 무관한 일부 참가자들의 돌출행동"이라고 밝혔다.

'민중의 지팡이'인가 '민중의 동네북' 인가 7일 오후 9시20분쯤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근처에서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다 동료 경찰들에게 구출되던 혜화경찰서 정보보안과 최문용 과장(가운데 안경 쓴 남자)을 한 시위자가 신문 뭉치로 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