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임 당시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이 몇 개월 만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법원 내부에서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가 어떤 형식으로든 이번 사건과 관련돼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글을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려 법원 수뇌부를 공격한 판사 4명 중 3명이 이 모임 회원인 데다, 작년 촛불시위 재판부 배당이 부당하다고 항의한 형사단독 판사들 중에도 회원이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진상조사단도 우리법 연구회 판사들이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법 연구회는 1988년 박시환 현 대법관과 강금실 전 법무장관, 김종훈 전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이 창립멤버로 참여해 설립된 판사모임으로 노동·여성·난민 문제 등 사회성 짙은 사안들을 주로 연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 회원은 150명 정도. 4년 전 변호사들은 회원에서 배제했지만 모임 출신 인사들이 노무현 정권 시절 법원과 정부 요직에 줄줄이 등용되면서 "정치적 색채가 너무 짙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2005년 "법원에 이런 조직이 있어선 안 된다. 고법부장 이상은 탈퇴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정권 교체 이후인 작년 8월 비서실장이던 김종훈 변호사를 교체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법 연구회 출신들의 법원 내 영향력이 떨어져 가고 있는 데 대한 의도적 반격 아니겠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일부 판사들의 개인적인 행동일 뿐 법원 내 특정성향 판사들의 '조직적 행동'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우리법 연구회의 전직 간부도 "우리는 최근 세미나 같은 일에 전념하고 있고, 이번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