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생긴 일] 친절하고 요금 싸고… 한국극장 세계 최고!

조선일보
  • 한현우 기자
    입력 2009.03.03 06:23 | 수정 2009.03.03 10:22

    멀티플렉스도 없고 티켓 자동발매기도 없던 꽤 오래전, 미국 한 도시의 극장에 갔다가 낯선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팝콘 '스몰 사이즈'를 시켰는데 종이컵이 아니라 '종이 항아리'에 옥수수 뻥튀기가 가득 담겨 나왔다. 난생처음 보는 팝콘 크기에 허둥대다 그만 팝콘을 쏟고 말았는데, 매점 점원이 "괜찮다"를 연발하며 황급히 달려와 팝콘을 쓸어 담고 다시 똑같은 크기의 팝콘을 건네줬다. 그 친절이 고마움을 지나쳐 미안할 지경이었다.

    한국에 멀티플렉스 시대가 열리면서 극장의 친절도 크게 업그레이드됐다. 시설도 눈에 띄게 좋아져, 요즘 개관하는 극장은 의자가 뒤로 젖혀지고 앞뒤 좌석 간격도 꽤 넓다. 외국 유명배우와 감독들이 한국에서 홍보행사를 연 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극장"이라고 칭찬한다는 게 빈말이 아닌 듯하다.

    심야상영 늦은 시각에 낯선 관객들을 상대하면서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는 걸 보면, 극장의 친절교육도 꼼꼼한 모양이다. 극장마다 제스처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 두 손을 치켜들어 흔들며('반짝반짝 작은 별' 율동을 하면서)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할 땐 좀 민망하기도 하다.

    요즘엔 상영관 입구에 LED 자막이 있어 '○○○(영화명) ○관으로 입장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게 없었을 땐 직원이 큰소리로 "○○○ 지금 입장하세요!" 하고 안내했다. 영화제목에 따라 머쓱한 풍경도 있었다. 이를테면 곽경택 감독의 '똥개' 개봉 때는 극장 직원이 관객들에게 "똥개 입장하세요!"라고 소리쳐야 했다.

    며칠 전 서울 한 멀티플렉스 매점 앞에서 옛날 미국에서 본 것과 똑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손님이 팝콘을 실수로 쏟았는데, 직원이 양팔을 흔들며 달려와 "손님, 괜찮습니다"라며 새 팝콘을 담아줬다.

    "7000원이면 문화생활한다"는 이유로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 이 정도 친절과 서비스라면 영화관람료는 정말 값싼 편이다. 그런데도 컴퓨터 앞에서 불법다운 영화를 보는 이가 줄지 않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극장을 체험하는 것 역시 '영화 감상'에 포함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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