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연한 길을 힘들게 돌아온 여야(與野) 미디어법 합의

조선일보
입력 2009.03.02 22:03

여야(與野)는 2일 그간 최대 쟁점이었던 미디어 관련법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번 임시국회 중 처리를 주장하다가 100일 뒤 처리로 물러섰고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자"는 야당 요구도 받아들였다. 민주당도 국회 상임위에 올리는 것조차 반대하던 입장을 바꿔 '100일 후 표결 처리'에 동의했다. 여야는 임시국회 폐회를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미디어법 처리 시기와 방법에 합의한 뒤 본회의를 열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90여건의 법안을 처리했다.

여야 합의는 늦었지만 잘된 일이다. 이번에도 지난 연말·연초와 비슷한 '난장판 국회'가 벌어졌더라면 정치와 국회의 자살(自殺)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여야는 이번 합의를 두고 서로 "어려운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지난해 12월부터 여야는 걸핏하면 국회에서 농성하고 흉기까지 동원해 상임위와 본회의장을 가리지 않고 깨부숴왔다. 그러다가 "앞으로 100일 동안 국회 문화방송위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둬 논의한 뒤 표결로 처리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장한 일이라는 것이다. 국회에 올라온 법안은 '이익집단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 여야가 협의하고 타협하고, 타협이 어려우면 다수결이라는 국회법이 정한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상식이다.

이번 합의는 바로 이 당연한 상식을 미디어 관련법 처리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그걸 두고 장한 일을 했다고 자화자찬하고, 국민조차 오랜만에 상을 뒤엎지 않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으니, 그동안 국회가 얼마나 반(反)국민적 패륜 행위를 해 왔는지를 역설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 당연한 합의를 놓고도 1일 오후부터 이날까지 몇 번을 엎치락뒤치락했고,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쟁점법안을 곧바로 넘기는 직권상정 시점을 정하겠다고 하고, 이에 여야가 몸싸움 준비를 하는 온갖 소동 끝에 가까스로 합의가 이뤄졌다.

작년 6월 임기를 시작한 18대 국회는 지난 8개월 동안 여야 대립과 갈등, 충돌로 일관해 왔다.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로 어렵사리 지핀 여야 타협의 불씨를 살려나가야 한다. 나라를 덮친 경제위기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정치의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야가 어떻게 상호 협력 모델을 가꾸고 키워나가느냐에 경제의 내일, 정치의 내일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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