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90주년을 맞아 일제시대 당시 화성에서 벌어진 제암리 학살사건을 다룬 기록영화 '두렁바위'가 제작 37년 만에 처음 공개된다.
3·1운동 전후의 독립운동과 일제의 보복, 제암리 학살에 이르는 과정을 담은 이 영화는 제암리 사건으로 숨진 독립운동가 안종후 씨의 아들 고(故) 동순(1912년생)씨가 1971년부터 2년에 걸쳐 제작했다.
화성시에 따르면 동순씨의 아들 상호(56)씨는 아버지가 2001년 사망한 후 이 영화의 필름을 보관해 오다 작년 12월 화성시에 기증했고 복원작업이 최근 마무리돼 다음달 1일 제암리기념관에서 열리는 삼일절 기념식 때 처음으로 상영하기로 했다.
동순씨는 제암리 사건 당시 7살이었다. 이후 보일러 관련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자신의 아버지 등 23인이 학살당한 제암리 사건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제암리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영화를 찍었다.
컬러로 촬영한 1시간 분량의 '두렁바위'는 사실과 픽션이 복합된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으로, 1919년 3·1운동을 전후해 화성 제암리의 종교인들과 젊은이들이 벌인 독립운동, 이어지는 일제의 보복, 23인을 교회에 가두고 학살하는 제암리 사건을 1시간여 동안 그리고 있다.
영화 내용 중 일본군이 23명의 독립운동가들을 교회에 가두고 불을 지르는 과정, 도망치는 주민 몇명을 쫓아가 살해하는 과정, 1명의 생존자가 무사히 탈주하는 과정 등이 역사 기록과 일치한다.
김진원(41) 화성시 학예연구사는 "제암리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린 스코필드 박사가 야학을 하는 장면은 허구지만, 나머지 부분은 사료·구전 내용과 일치한다"며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두렁바위란 과거 두렁바위골로 불리던 제암리 마을 어귀에 있던 커다란 바위로 영화 속 주인공들이 걸터앉아 얘기를 나누는 배경으로 설정되는 등 제암리 마을을 상징하는 의미로 쓰였다.
화성시는 다음달 1일 제암리 기념관에서 열리는 삼일절 기념 행사에서 '두렁바위'를 상영하고 DVD 1000장을 별도로 제작해 교육용 자료로 배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