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너무 밝다

조선일보
  • 이용수 기자
    입력 2009.02.20 02:51 | 수정 2009.02.20 09:10

    '환한 밤'은 인간과 동물의 생체 리듬 방해
    "光공해 줄이자" 세계 각국 가로등 끄기 운동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오늘날 도시인에게 옛 시인의 감수성을 헤아릴 재간이 있을까. 산업화와 조명기기의 발달로 밤이 대낮처럼 밝아지면서 도시에서 별 보기는 '별 따기' 못지않게 어려워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별자리는 밤하늘이 아닌 과학책에만 존재하는 죽은 지식이 됐다.

    더 심각한 건 이런 불야성(不夜城)이 자연의 섭리를 깬다는 점. 훤한 밤 탓에 숨을 곳을 못 찾아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동물, 알에서 나온 뒤 바다가 아니라 밝은 육지로 기어가는 바다거북, 낮인 줄 알고 날아다니다가 건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이 급증했다. 야간 조명은 인체의 숙면 호르몬이자 항암 능력을 갖춘 멜라토닌의 정상 분비도 방해한다.

    '빛의 공해'다. 세계 각국이 결국 '깜깜한 밤'을 되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18일 소개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슬로베니아. 2007년 8월 도입한 조명법은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조도(照度)를 낮추고 ▲조명이 하늘을 향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문화재 조명 제외)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건물에는 빛을 못 비추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법이 시행되고 40~50%의 조명비용 절감이란 효과도 거뒀다.
    조명이 사라지면 밤 하늘은 순식간에 무수한 별들로 장식된다. 2003년 8월 14일 캐나다 토론토 북동쪽의 작은 마을 굿우드에 정전 사고가 났을 때 조명 유무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사진은 평상시(왼쪽)와 정전 당시(오른쪽)의 굿우드 마을. /환경보건전망(EHP) 1월호
    운전자 안전을 이유로 고속도로 가로등을 밝게 켜는 것으로 유명했던 벨기에는 2년 전부터 자정 이후 대부분의 가로등을 껐다. 우려와는 달리 가로등이 꺼진 뒤에도 교통사고율은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운전자들이 어두운 곳에서 더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교통 전문가들은 교차로 같은 지역을 제외하면 도로 조명이 사고율을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다고 슈피겔에 말했다.

    독일 북서부의 라이네시에선 4년 전부터 평일 오전 1시~3시30분까지 가로등을 소등한다. 그럼에도 범죄율은 이전보다 올라가지도 않았고 전기도 절약됐다.

    미국에선 '국제 깜깜한 하늘(Dark-Sky) 협회(IDA)'라는 민간 과학단체가 중심이 돼 광(光)공해에 맞서왔다. 이들의 노력으로 작년 8월엔 연방 하원의원 11명이 환경보호국(EPA)에 광공해에 대한 실태조사를 최초로 요구하는 등 광공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IDA는 미국과 유럽에서 광공해가 없는 지역을 '국제 깜깜한 하늘 공원'으로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한 지 400년이 되는 올해를 '세계 천문의 해'로 정하면서 천문학자들의 적(敵)인 광공해에 대한 전쟁을 공식 선포했다. 갈릴레오가 오늘날의 하늘을 쳐다봤다면 주변의 빛 탓에 아무것도 관측할 수 없는 자신의 망원경 따위는 집어던졌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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