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전화벨·욕설… 생지옥이었다"

입력 2009.02.20 02:53 | 수정 2009.02.20 09:47

● 광고주들 어떻게 협박 당했나
인터넷에 이름·전화 공개
단체 여행 상품 가입 후 출발직전에 갑자기 취소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수화기를 들면 곧장 쏟아지는 욕설…. 생지옥이 따로 없었죠. 작년 여름은 소름끼치는 악몽(惡夢)입니다."

여행업체 A사의 한 임원은 일부 네티즌들의 '광고주 협박'이 극에 달했던 작년 촛불집회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고 19일 말했다.

B제약회사는 작년 여름 내내 마케팅 부서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전화 응대에 보냈다. 조선일보에 광고가 나간 아침이면 어김없이 전화가 쏟아진 탓이다. 이 회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보통 3~4분이면 끝날 상담 전화가 1시간을 넘기 일쑤였고, '어디 두고 보자'는 식의 협박을 받은 직원들은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업체에는 "소비자인데 실망했다"는 식의 전화가 걸려오더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협박'이 쇄도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주요 신문의 광고주 명단과 전화번호가 올랐고 ▲여행사 상품을 예매한 뒤 취소하거나 ▲기업의 약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는 구체적인 '협박 방법'까지 실렸다.
직원이 개인적으로 협박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유통업체 C사의 한 직원은 "구독자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언론에 광고를 하지 않으면 마케팅을 하지 말라는 말 아닌가요"라고 대답했다가, 개인 휴대폰 번호까지 알려져 "메이저 신문에 광고하지 말라고 했잖아, ×××야"라는 욕설 공세에 시달렸다.

광고주 협박에 따른 피해는 신문 광고가 실질적인 영업 수단인 제약회사와 여행업체, 부동산 업체들에 집중됐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신문 광고를 보고 전화한 손님들과 상담을 해 상품을 파는 게 유일한 영업 방법인데 이걸 하지 말라는 것은 장사하지 말라는 억지"라고 했다.

업체별로 수억~수십억원에 달하는 직접 매출 손실 외에 악성 루머에 따른 무형의 피해도 컸다. 한 여행사 임원은 "회사에 관해 말도 안 되는 루머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무서워 반론도 한번 제대로 못했다"며 "오늘 유죄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아직 너무 불안하니 회사 이름을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김이환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다른 신문들보다 발행부수가 많고 구독자의 열독률도 높은 조선·동아·중앙 같은 신문에 내는 광고를 막는 행위는 시장 경제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 작년 여름 같은 비이성적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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