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논술] 빈센트 반 고흐 '해바라기'

조선일보
  • 최혜원 블루로터스 아트디렉터· '미술 쟁점-그림으로 비춰보는 우리시대' 저자
    입력 2009.02.19 03:33

    순수예술엔 정치색이 없어야 한다?

    최혜원

    ■예술가는 비현실적이고 비정치적이어야 하는가?

    "예술 문화인은 직접적인 정치 활동을 삼가야 합니다. 예술 문화인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민족 예술 문화의 진흥과 창달을 위한 활동에 있습니다. 예술 문화인의 전적인 정치 활동에의 개입 내지는 단체적인 참여는 예술 문화의 본질을 모르는 무식의 결과입니다."(1965년 7월 10일, 예술문화단체총연합 회장단이 발표한 성명서)

    예술문화단체총연합의 회장단이 발표한 이 성명서는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며 문화예술인들의 정치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예술과 정치는 거리를 둬야 하고 정치성을 띠지 않는 순수예술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라 주장한다.

    1960년대 김수영과 이어령이 벌였던 '순수문학과 참여문학 논쟁'은 '순수문학은 비정치적인 문학이고, 참여문학 즉 정치적인 문학은 불순한 문학'이라는 단순하고 위험한 이분법적 논리 전개로 보인다. 우리의 근대사에서는 이런 논쟁은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자주 연출됐다. 1919년 김동인이 이광수 등의 계몽주의에 반기를 들고 순수문학 운동을 전개한 것을 필두로 1930년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약칭 카프, KAPF)에서는 참여문학을 주장했고, 1960년대 예술문화단체총연합에서는 순수문학을 주장했다. 그 후 1980년대에는 민중문학을 둘러싼 문화계 안팎의 논쟁까지 이런 이분법적 논쟁이 계속됐다. 비단 문학계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문화영역에서 반복됐고, 그때마다 '참여냐, 순수냐' 하는 양자택일의 기로에서 갈등이 생겼다.

    빈센트 반 고흐 '12개의 해바 라기가 있는 꽃병', 캔버스에 유채, 91×72㎝, 1888, 개인소장

    ■참여예술과 순수예술의 대립

    참여문학 옹호론자들은 무엇보다도 문학의 사회적 임무를 중시한다. 문학가들도 사회정치적 상황에 책임을 지고 참여해야 하며 문학작품 또한 그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순수문학 옹호론자들은 문학의 예술적 기능을 중시했다. 문학가들의 사회정치적 참여를 반대해 문학은 특정 사상이나 정치적 입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일제강점기 때의 이육사, 윤동주는 모두 일제 식민지 지배의 암울한 현실을 자신의 시로 표현한 저항시인이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역시 독립을 갈망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작품에 부정적인 현실을 반영하고 극복하고자 한 참여예술가였다.

    반면 이런 참여예술을 비판하는 순수예술 진영에서는 과거 예술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를 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파시스트 정권이 통치를 미화하기 위해 예술이 권력에 이용당하고, 권력 친화적인 예술인을 이용해 정권에 대한 반발을 억제했던 사례를 말하며 예술의 정치성을 비판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같은 작품이 순수예술의 대표로 꼽힌다.

    "정치적인 색깔을 전혀 띠지 않는 순수예술만이 진정한 예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순수예술론에 대해 참여예술 진영에서는 "순수예술과 참여예술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으며 순수예술을 주장하는 사람들 또한 사실은 순수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순수문학이니 순수예술이니 하는 말의 기원이 된 '예술을 위한 예술'조차도 전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의도로 이용된 예술은 진정한 예술인가?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말은 '예술지상주의'의 표어로 "예술은 예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악의 꽃'으로 유명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는 "유용성이 예술에는 가장 적대적이며, 예술은 모든 도덕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로 예술지상주의를 옹호했다. 예술지상주의론자들은 "부도덕한 책이라는 것은 없다. 잘 쓰인 책과 서투르게 쓰인 책이 있을 뿐이다"라며 예술의 정치성을 매도했다.

    하지만 예술을 통해 느끼는 아름다움은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발현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독일의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하는 모든 것은 거부돼야 하는데, 이것이 예술이 본질적으로 정치성을 띠는 이유"라며 예술의 정치화를 주장했다. 예술가 역시 치열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므로 그의 작품에서 시대 현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모두가 그 시대를 반영하는 작품이기에 결국 순수예술이란 세상에 존재하기 어렵다. 결국 예술의 정치화는 당연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RONG>※더 생각해볼 거리

    1. 정치적인 성향을 띄는 예술, 즉 정치적인 의도에서 이용된 예술은 진정한 예술로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가? 이에 대해 생각해보자.

    2. 그리고 순수예술과 참여예술에 대한 상반된 주장 속에서 정치적인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논의해 보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