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잔혹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지난주 인터넷 쇼핑몰은 '호신용품'으로 대 특수를 누렸다. G마켓의 경우 전주 대비 판매량이 12배 폭증했다. 호신용품 제작업체 JY통상의 신진홍 대표는 "낮밤을 가리지 않고 범행을 저지른 강호순이 잡힌 뒤로는 하루 300건씩 주문이 들어와 벌써 열흘째 밤샘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태도 경보기·스프레이·3단봉·충격기 등 다양하다. 김현준 G마켓 생활건강팀장은 "핸드백에 넣고 다닐 수 있는 화장품 모양의 초소형 스프레이, 휴대폰 액세서리용 경보기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신용품을 몸에 지녔다고 해서 과연 안전할까? 전문가들은 "위기시 제때 활용하려면 휴대폰·라이터처럼 평소 몸에 익혀두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은 스프레이식, 남성은 3단봉
일단 기능·크기 면에서 자기에게 꼭 맞는 호신용품을 선택해야 한다. 신진홍 대표는 여성들에게 스프레이형을 권한다.
"매운 캅사이신 성분의 약재가 들어 있어 얼굴을 향해 1회만 분사해도 상대가 호흡곤란과 고통을 느낍니다." 분사 거리(1.5~3m)와 양(7~20mL)에 따라 가격이 1만~4만원대로 다양하지만 한 방이라도 얼굴에 맞히면 효과가 즉각 나타나므로 큰 상관이 없다.
스테인리스 3단봉(1만8000원선)은 남성들에게 인기다. 접었을 땐 20㎝에 불과하지만 봉의 손잡이를 잡고 아래쪽으로 힘껏 펼치면 50㎝ 길이로 늘어난다. 쇠파이프 효력까지 낼 수 있어 운전석에 비치하고 다니는 남성들이 많다. 여성들에겐 큰 효과가 없다. 3단봉을 휘두른다고 해서 범인이 겁먹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 신원조회 등 구입 허가를 받는 절차가 번거롭지만 전자충격기(15만~20만원)도 효과적이다. 전원을 켜는 순간 작동 소리부터 위압적이다. 단, 가격이 너무 싼 제품은 의심할 것. 중국제가 많아 위급 상황에 작동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호신용품, 휴대폰 들고 다니듯
문제는 유사시 호신용품을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것. 동서대 경호학과 김원기 교수는 "당황하면 이름 석 자도 생각나지 않는 법"이라며 "호신용품을 평소 휴대폰이나 라이터처럼 손에 자주 들어보고 몸에 익혀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늦은 밤 골목이나 인적 없는 주차장, 엘리베이터에 들어설 때 손의 위치를 호신용품이 들어 있는 주머니나 핸드백 속으로 미리 갖다 놔야 합니다." 신진홍 대표는 "스프레이의 경우 뚜껑을 미리 열어놓고 펌프 위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있으라"고 조언한다.
◆눈·목젖·낭심을 공격하라…'꺾기'도 통한다
호신용품이 없어도 초반 위기 탈출이 가능하다. 김원기 교수는 들고 있는 가방이나 주먹을 이용하라고 권한다. ▲범인의 눈을 핸드백으로 치는 방법 ▲사타구니를 발로 걷어차는 방법 ▲목젖을 주먹·손등으로 순간적으로 강하게 가격하는 방법이 있고, ▲범인에게 몸을 붙잡혔을 땐 범인의 손가락을 꺾어 빠져나오는 방법이 있다.
"아무리 힘 센 사람이라도 손가락이나 손목을 꺾으면 순간적으로 팔을 벌리게 돼 있어요. 안 되면 머리라도 받아야지요. 가까운 합기도장에 가면 '꺾기' 기술은 한 달 안에 습득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떨거나 '살려달라' 애걸하지 말라
반면 인적 없고 외딴곳이라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범인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지나치게 공포스러워하지 말고, 살려달라고 울거나 애걸하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범인에게 자신감과 폭력 욕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최대한 침착한 마음가짐을 가질 것!
"상대를 이해하는 듯한 태도로 긴장과 경계심을 완화시킨 뒤 '좀 더 편안한 장소로 이동하자'고 설득하십시오. 상대의 경계심이 허물어져 틈이 보일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탈출을 시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