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가들, 정주영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

산업화 시절 대한민국에는 정주영과 이병철이라는 불세출의 기업가가 탄생했다. 이들이 세운 현대와 삼성은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기업의 선두에 서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산업화 시절 성장한 대기업들 이외에 실제로 청년들이 일군 기업들의 성장은 한참 뒤쳐져있다. 90년대 후반 벤처 붐 시절 몇몇 IT기업들이 초고속 성장을 했지만, 대부분 거품으로 몰락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몇몇 인터넷 기업들은 선점효과로서 내수 시장에서만 강자로서 군림하며 문어발식 아이템 확장으로 신생 기술업체들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 창업가들은 위축되었고, 모험을 회피하고 쉬운 돈벌이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창업의 천국이라는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석유, 자동차 등 굴지의 대기업 이외에 90년대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를 선두로 야후, 구글 등 IT기업들이 굴뚝기업의 가치를 넘어선지 오래다. 더구나 2000년 이후에 벤처거품이 꺼졌음에도 유투브닷컴, 페이스북 등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청년기업이 활발히 창업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어떤 점이 달라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을까?

기업가는 온갖 어려움을 버티는 근성과 인내의 자세가 필수적이다. 정주영 회장이 120배의 물가상승으로 고령교 공사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신용 하나로 다리를 완성했던 일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지금 같은 전 세계 경제위기 상황이라면 청년 기업가들은 정신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면서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

엔젤투자자가 사라진 한국의 창업시장

그러나 청년기업가들에게만 정신력을 강조하며 등을 떠밀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청년기업이 성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 기업가들의 어깨에 각종 "자금융자"라는 위험한 신용카드를 쥐어주고 등을 떠미는 그러한 모습으로는 젊은이의 미래도 국가의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의 창업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엔젤투자 여부다. 미국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엔젤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창고에서 창업을 하더라도, 기술력과 경쟁력만 확보되면 언제라도 수십~수백만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진다.

구글도 창업 초창기에 회사 설립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이 개발한 엔진에 대한 투자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 앤디 베흐톨쉐임에게 의뢰했고, 그는 설명을 채 다 듣지도 않고 즉석에서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끊어줘서 구글이라는 기업이 탄생할 수 있게 하였다. 앤디 베흐톨쉐임은 세계1위의 위대한 기업을 만든 위대한 엔젤 투자자가 된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이러한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엔젤투자 시장이 벤처거품이라는 단어만 남긴 채 말라버렸다. 벤처거품의 여파가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강제로 엔젤투자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니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투자와 마케팅을 인터넷으로 원스톱 서비스할 수 없나

SBS에서는 라는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투자자들을 연결시켜주고 있다.

나 역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를 보다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데에는 방송매체라는 한계가 있다. 모든 중소기업이 방송에 소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를 인터넷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았다.

우선 인터넷에 청년기업가들을 소개해주는 통합 페이지를 구성하자. 그리고 투자심사위원단을 조직하여 하루에 한 기업씩 해당 기업을 소개한다. 투자심사위원들은 벤처캐피털을 통해 투자유치를 이끌어 준다.

전국에 있는 투자회사를 비롯한 투자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홈페이지에만 들어오면 가능성 있는 투자대상 기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런 식으로 1년 만 운영해도 최소 수백여 개의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노출된다. 설사 투자가 되지 않더라도, 기업 소개가 곧 상품 소개이니 광고효과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른바 공개된 인터넷에서 투자와 홍보를 원 스톱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또한 이 홈페이지를 통해 엔젤투자자 역시 홍보하여 성장시킬 수 있다. 엔젤투자자에게 세제 등의 혜택을 주고, 기업에 대한 내용을 제공 받게 하여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코스닥이 아닌 프리보드(프리코스닥) 시장을 육성하자

한국에서는 코스닥 등록이 벤처기업의 자금 모집의 통로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초기 기업 등은 일정규모가 되기 전까지는 이 시장에 등록할 수 없다. 따라서 하나의 프리코스닥 시장이 필요한데, 자본금 10억 이상 혹은 벤처 확인 기업의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프리보드 시장"이다. 그러나 이 프리보드 시장이 완전히 죽어버렸다

일반적으로 기술벤처의 경우 자금 수혈이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현재 프리보드 시장에는 70여 개의 기업만이 등록되어있다. 어차피 등록해봐야 주식거래가 안 되고, 주식거래가 안 되니 더 이상 등록도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만약 프리보드 시장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 최소 수천 개의 기업들이 진입한다면 투자시장은 완전히 변한다.

즉 1차적으로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토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기업 데이터가 누적된다면, 이 기업들을 프리보드 시장으로 진입시켜 벤처 투자시장 전체를 활성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엔젤투자자도 육성하자는 것이다.

투자환경 개선 없이는 제2의 정주영도 없다

정주영과 이병철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사의 자랑이다. 그들의 불굴의 정신은 젊은 기업가들이 이어받아야 하지만, 투자환경 개선 없이 제2의 정주영, 제2의 이병철이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 미국의 반의 반이라도 제대로 따라주어야 한다. 청년 창업가에게 헝그리 정신만 강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분화되고 각 분야가 이미 전문화 된 시대이다.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 창업가에게 자본, 기술, 경영이라는 시스템의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번 마음 단단히 먹고 최소 3년만이라도 1000명의 청년 정주영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도해보면 어떨까? 산업화 역군들의 정신을 청년기업가들이 이어받고, 제 2의 정주영이 탄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보자는 것이다.

1000 명의 청년 정주영 만들기 프로젝트는 사람을 만들고, 인프라를 만들고, 우리의 미래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그를 통해 1000명 1만명 10만명의 청년 정주영을 만드는 일이고 그들을 통해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 명의 일자리를 만드는 일임을 명심하고 큰 비전과 목표를 갖고 정진해야 할 것이다.






* 실크세대: 70년대 이하 생들로 386세대들과 달리 인터넷과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를 말한다.


* 실크로드CEO포럼: 71년생 이하의 기업가들의 조직으로서 청년 창업의 붐을 조성하기 위해 2007년 6월 3일 출범하였다. 기업가들 이외에도 71년생 이하 대중문화 평론가, 시의원, 언론운동가 등등이 전문위원으로 참여하여 명실상부한 세대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신만의 주장을 하고 싶은 실크세대들은 이문원 실크로드CEO포럼 전문위원(fletch@empal.com)에 연락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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