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 "정권과 싸워야 하니 성폭행 사건 덮어두자"

조선일보
입력 2009.02.06 21:59 | 수정 2009.02.06 23:00

민노총 간부가 산하 연맹인 전교조 소속 여교사를 성폭행하려 했고 민노총이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교사는 작년 12월 1일 동료 전교조 교사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수배 중이던 민노총 위원장을 자기 집에 숨겨주었다. 민노총 위원장은 닷새간 숨어 지내다 5일 경찰에 검거됐다. 그러자 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등이 6일 여교사를 불러내 "누구 부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이 위원장이 집으로 찾아와 숨겨주게 된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해달라"고 회유했다. 범인도피은닉 혐의를 혼자 뒤집어쓰라는 말이다. 민노총 조직강화위원장은 이런 말을 전하고는 여교사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택시로 여교사 집까지 쫓아가 성폭행하려 했다는 것이다.

민노총 사무총장 등은 여교사를 대리한 변호사와 시민단체 사람에게 "이명박 정부와 싸워야 하는데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에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상처를 입는다"며 이 사건을 덮어두라고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후 민노총이 낸 성명은 더 황당했다. "언론보도로 인해 발생한 '2차 가해(加害)'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성폭행·성희롱은 피해자가 문제 삼으면 그 사실이 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피해자가 인격적·심리적으로 상처를 입는 2차 피해가 발생한다. 그래서 성폭행은 피해 사실을 선뜻 남에게 호소하기 힘들다.

민노총이 피해자가 입을 2차 피해까지 걱정해줄 마음이 있었다면 우선 자기들이 여교사를 성폭행하려 했던 1차 가해에 대해 사과했어야 한다. 여교사 대리 역할을 맡은 시민단체 사람은 "민노총의 그 누구도 피해자를 위로하지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민노총이 지난달 초 진상조사에 나선 뒤 민노총 간부들이 성폭행 사건에 대해 술자리 등에서 여과 없이 말하면서 소문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민노총 진상조사 보고서도 민노총 바깥에 돌아다녔다. 민노총 현 지도부의 반대파에서 유출시켰다는 소리가 있다. 성폭행 피해자의 신분이 알려지면 2차 피해가 발생한다고 도덕 강의를 하더니 사실은 자기들이 소문을 더 내고 있었던 것이다.

민노총은 2006년 2월 어느 국회의원이 언론사 여기자를 희롱했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는 "의원직을 내놓고 법적 처벌을 받으라"고 호통쳤다. 그랬던 인간들이 이런 일을 벌였기에 추잡스럽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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