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화약고 서울시 지하도 상가

조선일보
  • 김진명 기자
    입력 2009.02.06 02:41 | 수정 2009.02.06 09:02

    市, 임대방식 개정 추진 권리금 인정 안해 마찰

    5일 서울 소공동 지하도 상가 모습. 서 울시의 지하도 상가 공개입찰 방침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용산참사 지하상가 연장선 될 수 있다' '지하상가 통째입찰 관리공단 반성하라'….

    요즘 서울 도심 지하도 상가에 걸린 현수막 문구들이다. 지하도 상가의 임대차 계약을 수의계약(隨意契約·경쟁이나 입찰 없이 상대편을 임의로 선택해 체결하는 계약) 대신 경쟁입찰로 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에 반발하는 상인들이 내붙인 것이다.

    서울시는 시내 29개 지하도 상가의 2783개 점포를 공개입찰제로 운영하겠다고 작년 4월 밝혔다. 기존 상인들과 맺은 임대차 계약의 만료일이 돌아오는 대로, 보증금을 주고 임차권을 돌려받은 뒤 입찰에 부치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즉각 반대에 나섰다. 기한이 정해져 있는 지하도 상가 임차권도 양도·양수가 가능한 데다, 임차권에 3.3㎡당 1000만~2억원까지 '권리금'이 붙어있는 게 문제였다. 5000만~10억원씩 권리금을 주고 임차권을 양도받아 점포를 낸 경우, 원 주인과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났다며 시가 임차권을 환수하면 그 돈을 공중에 날리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지하도 상가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아, 상인들은 점포에서 나갈 때 15㎡에 1000만~2000만원 수준인 임대보증금만 돌려받게 된다.
    그래서 시내 지하도 상가 상인들은 '경쟁입찰을 철회하든가, 권리금을 보상하라'고 요구하며 서울시청·서울시설관리공단·한나라당·청와대 앞에서 1주일에 한 번 꼴로 집회를 열고 있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임차권 양도·양수를 허가했으니, 임차권을 가져가려면 권리금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도 상가 관리 조례'를 들어 상인들 주장에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 중이다. 상가 임차권을 양도·양수할 때 "보증금 이외 어떤 보상이나 권리도 청구·주장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고, 이에 따라 시설관리공단이 양도·양수를 허가하면서 "권리금을 보호받지 못한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쓰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차권을 양수·상속받은 사람의 임대차 기간도 어디까지나 (서울시와 원주인 사이) '계약기간의 잔여기간'으로 못박아 놓았다고 시는 덧붙였다. 계약이 만료된 20개 상가에 대해 시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중이다.

    서울시와 상인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거액의 권리금을 내고 기존 상인의 임차권을 산 사람들은 피해를 봤다.

    박모(여·48)씨는 작년 10월쯤 도심 한 지하도 상가 점포를 권리금 1억5000만원을 주고 임차했다. 서울시와의 계약기간이 두 달밖에 안 남았지만, 수의계약을 통해 임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상인들의 반발도 있고 경기도 안 좋은 점을 감안, 서울시는 지난 1월9일 상권이 침체된 24개 상가에 대해서는 3년간 입찰을 유보하고, 강남역·강남터미널·영등포역 지하도 상가에 대해서만 연내 경쟁입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55) 이사장은 "퇴직금을 쏟고 대출을 받아 권리금을 몇 억씩 내고 강남 상가에 들어간 사람에게 '보증금 1000만~2000만원만 받고 나가라'면 심정이 어떻겠냐. 제2의 용산참사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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