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부 성(性)폭행미수 은폐 의혹

조선일보
  • 최현묵 기자
    입력 2009.02.06 04:01 | 수정 2009.02.06 08:11

    사태처리 놓고 내분

    민주노총이 고위 간부의 성폭행 미수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태가 불거지자 민주노총은 5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집행부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측과 이에 반대하는 간부들의 대립으로 내분(內紛)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해 여성측 변호인과 대리인이 5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2월 6일 벌어졌다. 피해 여성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피신시켜준 민주노총 조합원 A씨고, 가해자는 이 위원장의 오른팔이자 민주노총의 고위 간부인 B씨다. B씨는 A씨 집에 침입해 이씨를 수차례 성폭행하려 시도했다.
    민주노총은 사건 발생 후 두 달이 되도록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치부(恥部)'를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 보도로 성폭행 미수사건이 알려진 5일에도 민주노총은 대(對)국민 사과는 하지 않고 "언론의 선정적 보도로 피해자와 민주노총의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입혔다"며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와 조합원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 여성측 김종웅 변호사 등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민주노총이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에게 압박을 가하며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피해자측은 "당시 민주노총은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던 A씨에게 B씨, 박모 재정국장 등을 보내 '이 위원장을 숨겨준 배경에 대해 경찰에 허위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며 "사건 발생 후엔 이용식 사무총장 등 고위 간부들을 A씨에게 보내 '이명박 정부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며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피해자측은 "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소한의 양식도 없고, 민주노조운동을 진행할 도덕적 근거마저 완전히 상실했다"며 "성폭력 가해자 B씨를 형사 고소하고,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관계 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본부 간부들의 전원 사퇴도 요구했다.

    피해자측의 성명에 대해 민주노총은 '해명' 자료를 통해 "민주노총이 범인 도피와 관련, A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범행 일체를 A씨 혼자 책임지라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선 집행부의 총사퇴 문제를 놓고 지도부 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8명의 부위원장 중 2~4명이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진영옥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거부하고 있다"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자와 대리인의 입장

    1. 오늘 일부 언론은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상완(기아자동차 노조위원장, 민주노총 경기본부장 역임)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이 부분에 대한 피해 당사자와 대리인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일부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성폭행 미수”등의 표현을 쓰고 있는데, 이 사건은 명백한 “성폭력과 강간 미수”사건임을 밝힌다.

    1. 피해자 A씨는 민주노총 산하 연맹 소속의 조합원으로 같은 연맹 산하 소속 조합원 B의 부탁으로 도피 중인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여 주었다. 이석행은 A씨의 자택에서 지난해 12월 1일 늦은 밤부터 경찰에 검거되던 12월 5일 밤까지 5일 동안 머물렀다. A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같은 연맹 소속 조합원 B의 다급하고도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기 어려웠다. 이석행등은 어려운 처지이니 도와달라고 하였고, 이 도움은 잠시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이석행은 지방으로 옮길 계획이니 잠시만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였다. A씨는 이를 거절하지 못했고 결국 A씨의 자택에서 이석행이 검거되기에 이르렀다.

    1. 이석행이 검거되자, 민주노총은 형법상 범인도피죄의 혐의로 경찰수사가 예정된 A씨에게 민주노총 조직강화위원장 김상완, 재정국장 박민, 그리고 이석행의 도피를 부탁했던 B씨를 보내 허위 진술을 강요하였다.

    김상완 등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에게 이석행의 도피가 B씨의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1일 밤 집으로 들어가는 도중 이석행과 김상완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하라고 강요하였다. 그러나 이미 경찰이 이석행의 도피 과정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허위 진술 강요는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선의로 호의를 베풀어준 사람에 대해 범인도피죄와 관련하여 범행 일체를 혼자 책임지라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매우 부도덕한 일이었다.

    1. 민주노총이 A씨를 ‘보호’하고 허위 진술을 강요하기 위해 파견한 김상완 등 3인은 지속적으로 A씨를 감시하고, 그의 활동을 통제하였다. A씨는 평소 친분 관계가 있던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오창익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이에 오창익은 경찰 수사에서 허위진술은 매우 위험하며, 경찰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였다. 이에 대해 김상완 등은 오창익 등의 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욕설, 폭행 위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고,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A씨의 소속 연맹 차원에서 A씨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작업이 진행되었다. 설득작업의 주요 내용은 외부의 지원을 받지 말고 조직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1. 문제의 사건은 이석행이 검거된 바로 다음날인 12월 6일 발생하였다. 대책을 논의하자고, A씨를 불러낸 김상완 등 3명은 영등포 등지에서 A씨와 만나 대화를 나누었고, A씨는 대화를 마치고 귀가하였다. 이때 김상완이 A씨의 자택에 침입하여 수차례에 걸쳐 A씨에게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 강간도 여러차례 시도하였으나 피해자 A씨의 완강한 저항으로 뜻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이에 대해 김상완은 술에 취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당시 김상완이 피해자 A씨의 자택에 침입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 찍힌 CC-TV 동영상 등을 보면 김상완은 만취 상태도 아니었으며, 매우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 이 사건 발생 이후 민주노총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없는 반인권적, 성폭력 옹호적 행보를 반복하였다. 민주노총은 사무총장 이용식 등 고위 간부들과 민주노총 지도위원등 민주노총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파견하여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사건이 알려지면, 조·중·동에 의해 대서특필되면 조직이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는 것의 반복이었다. 민주노총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대리인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해왔다. A씨의 소속 연맹 위원장과 같은 연맹 소속 간부들도 마찬가지로 압박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 A씨는 상당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으며, 이는 성폭력 사건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였다. 이러한 가해는 민조노총이라는 조직이 조직적으로 한 개인에 대해 감행된 것이었다.

    1.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용식은 민주노총을 대표하여 피해자 대리인과 만나(지난해 12월 29일 등)민주노총 차원에서의 사태 해결을 지켜봐달라고 요청하였고, 민주노총을 대리한 한 저명인사는 올해 1월 2일 대리인과 만나 1월 12일까지 징계를 하는 등, 사태를 마무리하겠으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피해자와 대리인은 민주노총이 진정성을 갖고 사태 해결을 해나가는지 지켜보기로 하였으며, 고소 등의 대응은 민주노총의 진상조사와 사태수습과정을 지켜본 다음 검토하기로 하였다. 이후 피해자 대리인은 민주노총의 진상조사 과정에 협조하였다.

    1. 민주노총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기자들의 복수 증언과 전언에 따르면 다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은 최소 3-4주전부터 성폭행 사건에 대해서 술자리 등에서 기자들에게 여과없이 말하기 시작하였고, 끊임없이 소문을 만들어냈다. 이 소문은 이미 언론을 비롯하여 노동부, 노사정위, 한국노총, 경찰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다. 그러던 차, 어제밤(2월 4일) 복수의 모 언론 기자들과 만난 민주노총 관계자가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언론에 확인시켜 주었고, 이에 따라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게 되었다.

    1. 민주노총은 피해자에 관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진상보고서를 아무런 여과없이 민주노총 임원회의에 제출하였으며, 이 진상보고서가 지금 민주노총 주변과 언론 주변을 떠돌고 있다.

    1. 또한 민주노총은 사태의 진상파악과 그에 맞는 사태 수습노력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끊임없이 피해자 대리인에게 어느 정도 선에서 징계를 하면 만족할 것인가라며 징계수위에 대한 조정을 시도해왔다. 이에 대해 대리인은 징계여부와 수위는 민주노총이 판단할 문제라고 반복적으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거듭하여 조정을 요구해왔다. 또한 민주노총 사무총장과 민주노총을 대리한 저명인사가 제시했던 징계완료 시점인 1월 12일을 넘겨서도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다.

    1. 우리는 민주노총이 이번 사건의 발생과정과 이번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20년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 바탕한 조직으로서의 최소한의 무엇도 갖추지 않고 있고, 선의의 협조자가 성폭력 피해를 당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대해 한낱 술자리 안주감으로 전락시켜버리고,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2차, 3차 피해를 강요한 점에 대해 분노한다.

    1. 민주노총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늘(2월 5일) 오후 1시경 [입장]을 발표하여, “여러 언론이 민주노총이 공식적으로 그 어떤 입장이나 사실확인도 해주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 관련 내용과 피해자 관련 정보 및 내용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면서 사실이 아닌 내용이 기사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모든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입장]을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공식적인 입장발표나 사실 확인’은 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다. 이사건 보도는 대변인을 통해 취재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우 많은 복수의 민주노총 간부들은 이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하였고, 심지어 앞서 지적한 것처럼 진상조사문건마저 유포시키는 반인권적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1. 우리는 이번 사건의 발생과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최소한의 양식도 없고, 민주노조운동을 진행할 도덕적 근거마저 완전히 상실해버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성폭력 가해자 김상완을 형사고소하는 것은 물론,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본부 간부들과 피해자 A씨 소속 연맹의 위원장과 핵심간부들의 전원 사퇴도 요구한다. 민주노총과 피해자 A씨 소속의 연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소한의 상식에 맞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2009년 2월 5일피해자 A씨를 대리하여김종웅(변호사),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임태훈(여성의전화 前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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