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럭비 국가대표 유영남(26·산요 와일드 나이츠)이 오는 8일 도쿄 치치부노미야(秩父宮) 국립 럭비구장에서 열리는 일본 프로 럭비리그 '탑 리그'의 2008~2009 시즌 결승에 선발 출전한다. 한국인 최초이다. 상무를 제대하고 2007년 12월 현해탄을 건넌 유영남이 첫 시즌부터 한국보다 한 수 위인 숙적 일본 럭비의 심장부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2003년 탑 리그 출범 이래 20명에 가까운 한국선수가 이곳을 거쳐갔지만 시즌 전(全) 경기(13경기) 출장에 결승전 출전은 유영남이 처음이다. 탑 리그는 럭비 강국인 뉴질랜드·호주용병들이 득실거리는 아시아 최정상 리그다. 그만큼 유영남의 일본럭비 도전기는 힘겨웠다.
유영남은 5일 기자와의 전화에서 "한국보다 한 단계 높은 일본 무대에서 주전으로 인정받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다"며 "경기력은 물론이고 한국인에게 주어지는 텃세가 무엇보다 힘들었다"고 했다. "와일드 나이츠 팀에 입단한 지 일주일 만에 첫 연습경기를 했는데 팀원들이 가까이 있는 내게는 아예 공을 주지 않고 멀리 떨어진 선수들에게 패스를 하곤 했다"고 말할 때 유영남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는 듯했다.
유영남은 "작년 6월 정식선수 등록이 되기 전까진 2군 신분이라 1군 선수들이 구단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나 혼자 기차나 전철을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건 기본이었다"며 "초기엔 내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했다.
미혼으로 외국생활에서 겪는 외로움도 컸다. 호주·뉴질랜드 출신 외국인 선수들 4~5명은 자기들끼리 파티를 하고 일본인 선수들이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때도 유영남은 외톨이였다. 그는 "훈련을 끝내고 파김치가 돼서 매일 밤 11시쯤 10평짜리 월세방으로 들어설 때 쓸쓸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며 "부상을 당해도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건강하게 잘 있다'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유영남이 일본인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한 건 작년 4월 아시아 5개국 대회에서 한국대표로 활약한 이후였다. 한국팀이 일본에 지기는 했지만 유의 실력을 일본선수들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유영남은 일본에서 통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연습경기 때도 공을 잡으면 발악이라고 하듯 미친 듯이 뛰었다"며 "새벽 5시 반에 일어났고 하루 2시간씩 다른 선수들보다 운동을 더 했다"고 했다. 결국 일본팀 감독은 유영남을 결승전 선발 명단에 넣으며 "선수들이 너를 필요로 한다"고 인정해줬다.
"럭비가 한국에선 비인기종목이라 TV 중계는 물론 팬도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유영남은 "일본리그 결승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韓·日의 럭비 실태
日 아시아 1위… 프로 리그 14개팀 한국은 럭비월드컵 한번도 못나가
국제럭비위원회(IRB)가 지난 2월 발표한 세계랭킹에 따르면 일본은 16위, 한국은 22위이다. 아시아에선 일본이 1위, 한국이 2위이다. 하지만 양국의 실력 차는 크다. 한국이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결승에선 일본을 꺾고 2연패(連覇)를 달성했으나, 1969년 이후 역대전적에서 한국이 7승1무21패로 크게 열세이다. 일본에 밀려 총 6번이 치러진 럭비월드컵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일본은 프로인'탑 리그'가 2003년 출범해 14개 팀이 6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아마추어 실업팀 5개가 전부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한국에선 뛸 자리가 없어 선수생활을 접는 일이 다반사이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일본에서 뛰는 선수는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전·현직 국가대표 10여명이 일본리그에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