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士멘토의 열공특강] 심리학자 황상민 남들은 보지 못한 걸 찾아내는 기쁨 "공부는 재밌는 보물찾기다"

입력 2009.02.02 03:51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48) 교수는‘사회 인지발달’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다. 대중의 소비심리와 소비행동을 연구하거나 정치인의 이미지를 ‘쇼핑 심리’에 빗대어 분석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그를 별종으로 취급한다. 심리학의 한 지류에 매몰되지 않고‘사회 인지발달’분야의 지식을 인터넷이나 소비심리, 행동연구에 적용한 심리연구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그의 연구분야는‘이종교배’에 가깝다. 그가 개설한 과목도‘사이버 공간의 심리’와‘소비자 심리’
처럼 정통 심리학과는 거리가 멀다.

“성인발달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사실인데, 사회에서 성공했다거나 부자가 된 이들의 유년을 살펴보면 공부를 잘하기보다 잘 놀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고 해요. 사실 공부만 잘해선 인생에서 별 비전이 없습니다. 지식을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공부여야 해요. 그런 공부라야 성공할 수 있지요.”

■ 안다는 것은 재밌는 경험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황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갔다.“ 부산에서 자란 기억은 매달 월말 고사를 친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공부를 못하면 학교에서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한번은 반에서 25등을한 적이 있다. 그전까지 쉬는 시간 마다 귀찮게 질문을 하던 친구들이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힘깨나 쓰던 친구들이 그를‘집적대기’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공부한 덕에 다음 시험에서 2등을 했다. 담임선생님이 그를 불러“성적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야단치셨다. 어쨌든 이후부터 친구들이 그를‘정상적으로’대하는 것이었다.“ 친구에게조차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됐다”고 했다.

황 교수는 이후 공부에 재미를 붙였다. 공부가‘재미있는 경험’으로 변했다.“ 안다는 것은 인간에게 정말재미있는 경험이다. 남들이 보지 못한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과 닮았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그는 무조건 하나하나씩따져 공부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정작 수업시간에 가르쳐주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았다. 진도를 따라 가기 힘들어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았고 선생님이 강조하는 ‘밑줄 쫙’포인트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신 혼자 하루치 공부할 분량을 정해 꾸준히 공부했다. 이유를 따져가며 공부하는 방식이어서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성적이 좋아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모진 구박을 당했을 거예요.” 그런데 요즘 학생들이 경험하는공부는, 공부가 아니라 노동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교 가고 학원가는 것이 마치 어른들이 회사 가는 심정으로 갈 뿐”이다.“ 해야하는 의무감에서 하고 또 스스로 할이유를 찾지 못하는 공부이니 재미가 없다”고 걱정했다.

■ 즐거움을 찾는 것이 공부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81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다. 하지만 교양과정을 거치며“(제가)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 하는 분야는 바로 사람의 마음” 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을 배우고 싶어 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당시 대학 교정은 독재에 저항하는 시위가 끊이질 않던 터라, 하버드대 교수인 스키너(B.F.Skinner) 박사가 쓴‘월덴 투’를 읽고 심리학적 이상사회를 꿈꾸었다.“ 사람의 심리를 연구해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의 행동까지 바꿀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는 다소 황당하지만 야무진 꿈을 품었다.

스키너가 쓴 자서전을 외우다시피 읽으며 그의 제자가 되고 싶었다. 스키너를 멘토 삼아 공부하니 심리학이란 분야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심리학은 외진 연구실에서 혼자만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독백의 학문’이나, 정신이 이상한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는 학문이 아니
었다.

“심리학은 정상인들이 사회 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설명 하거나 이들의 생각(행동)을 바꾸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학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황 교수는 한국고등교육재단의 도움으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이미 은퇴한 스키너에게 특강을 듣고 그와 식사를 하기도 했다. “스키너의 제자가 되겠다던 꿈이 현실로 이뤄진 것을 보면, 꿈은 현실과 항상 같이 간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 교수는“공부를 잘하려면 먼저 공부를 좋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굳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일에 즐거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즐겁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런 공부는 시험 성적 잘 받는 것에 불과하다. 그는“즐거움을 못 찾는 공부는 결국 지쳐버리고 만다. 나중에 제대로 공부하는 것을 못 봤다”고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을 잘 치면 꿈이 이뤄진다고 착각해요. 특정 직업을 택하겠다고 하면서 미래의 꿈을 추구하는 경우에는 즐거움을 찾기가 더 힘들어져요. 미래의 꿈은 시험 성적을 잘 받는 것에 달린 게 아니라 자신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행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최소한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이렇게 되면 꿈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요.”

■ 정답 없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요즘 학생들은 시험을 잘 치기 위해 문제집만 열심히 풀고 심지어 문제유형을 통째로 외운다. 하지만 약간 변형(응용)된 문제만 나와도 당황하고 만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걸까.

황 교수는“공부는 스스로 생각하면서, 끈기 있게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며 나름대로의 답을, 다양한 단서를 활용해 재구성하고 찾아내 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시험공부만 강요한다. 다시 말해 정해진 답, 정답만 찾으려고 한다. 이런 식의 공부라면, 상황이 바뀌거나 변형된 문제가 나오면 전혀 손을 못 대는 상황이 도래한다.

“불확실한 상황, 변형된 문제에 최적의 답을 내리기 위해선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스스로 고민해 가장 적절한 답을 찾고, 그 답이 다른 친구들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공부여야 합니다.”

황상민 교수가 권하는 '꿈을 찾는 방법'

1. 닥치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어라 집에 책이 없었기에 무조건 빌렸다. 학교 도서관 문이 닫힐 때까지 책을 읽다가 하교한 적이 많았다. 학교 수업과 상관없이 공부에 흥미를 느꼈던 것도 혼자 책 읽는 일이 습관화됐기 때문이다.

2. 멘토를 따라 가라 심리학 분야의 대가로 손꼽히는 스키너 박사를 멘토로 정했다. 대학 2학년 때 하버드대에 가서 그의 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당시로선 '죽기 아니면 그냥 까무러치기'식 생각이었지만 진짜 대학을 졸업해 하버드대로 진학했다. 사실 촌놈이 유학간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싸늘했다. "너희 집에 돈이 많냐?, 학점 좋으냐?, 영어는 잘하느냐" 등으로 "너는 안 돼"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다. 그래서 되든, 안 되든 갈 때까지 가보자는 오기가 더 생겼다.<BR>
3. 시험 잘 치는 방법이란 없다 사람들마다 시험 잘 치는 노하우는 다르다. 누구의 비법을 나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스스로 자신의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성적을 좋게 받고 싶다면, 수업진도와 상관없이 혼자서 하루 하루 공부할 분량을 정해 자습하듯 이유를 따져가며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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