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입소문'에 산 당신… 낚였다

    입력 : 2009.01.31 06:06

    "우리제품 홍보 글 써달라" 블로거와 뒷돈 거래 많아
    건당 수십만원 대행업체도
    해외선 '신뢰성 확보' 운동

    블로그 마케팅 전문업체 P사는 지난 연말 인터넷을 통해 한 유명 완구업체 홍보 마케팅을 진행했다. P사는 이 완구업체의 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쓸 때마다 한 건당 3000원을 주는 조건으로, 블로거 400명과 계약을 맺었다. 글의 본문에는 '장난감 선물' '추천 크리스마스 선물' '연말선물 추천' 같은 문구를 반드시 넣도록 했다. 네티즌들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장난감'이나 '연말선물'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해당 완구업체 제품을 선전하는 글이 실린 블로그가 주로 검색되도록 할 목적에서다. 선물을 사기 위해 무심코 검색을 하는 네티즌들을 유혹하기 위한 일종의 '낚시질'인 셈이다.

    인터넷상에서 구전(口傳)을 통해 제품의 장점을 알리는 '입소문 마케팅'이 악용되고 있다. 특히 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적는 공간인 블로그(blog)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체들이 블로거들에게 현금 등을 주고 자사에 유리한 글을 쓰도록 하는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네티즌들 입장에선 순수한 글과 홍보성 블로그를 구별하기 힘들어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마땅한 규제나 구제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홍보글 한 건당 수십만원?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돈을 받고 인터넷에 홍보글을 올려주는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 업체의 의뢰를 받은 대행업체가 수백명의 블로거를 모아서 3000원에서 10만원까지 대가를 주고 3~4개월간 집중적으로 해당 업체의 제품을 칭찬하는 글을 올려주도록 요청하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명도가 있는 블로거의 경우, 특정 제품에 대한 글 한 건당 수십만원씩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예 기업이 블로거와 직접 계약을 맺고 매월 100만~150만원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신뢰성에 치명타를 받기 때문에 업체와 블로거는 비밀엄수를 조건으로 내건다.

    지난달에는 국내 한 보안업체의 홍보대행사가 블로거에 경쟁업체 제품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요청받은 블로거가 이런 사실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홍보성 블로그는 주로 노트북PC나 휴대폰 같은 IT 기기 신제품이 출시될 경우 집중적으로 인터넷에 뜬다. 내용은 칭찬 일색이거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제품의 부족한 점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럼에도 써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외국에서는 자정(自淨) 운동 일어나

    해외에서도 블로그 마케팅은 논란거리이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PC주변기기 업체인 벨킨은 네티즌들에게 건당 65센트를 주고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제품평가란에 자사 제품에 대해 좋은 평가를 적게 했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벨킨 대표이사가 "개인 직원이 임의대로 한 행동이지만 고객 신뢰를 저버렸다"며 공개 사과했다.

    해외에서는 업체와 네티즌들이 인터넷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자정운동도 벌이고 있다. 2004년 결성돼 세계 각국의 250여개 기업과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국제입소문마케팅협회(WOMMA)는 회원사들에게 '광고주를 밝힐 것' '블로거들에게 거짓된 정보를 쓰도록 요구하지 않을 것' 등 10가지 윤리 기준을 발표했다.

    홍보대행사 에델만코리아의 이중대 이사는 "블로그가 과도하게 마케팅에 이용당해 신뢰성을 잃으면 '1인 미디어'로서의 존재기반을 상실한다"며 "기업들이 블로그를 단기 마케팅 도구로 접근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소비자에 가까이 다가가는 매개체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로그 마케팅

    '블로그'를 활용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입소문을 내는 마케팅 기법이다. 전문성을 가진 블로거의 글이 상당한 홍보 효과를 가진 것에 착안했다. 최근에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블로거들로 하여금 홍보성 글을 작성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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