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려대 "특기·적성·봉사활동을 반영해 신입생 뽑겠다"

조선일보
입력 2009.01.28 22:38 | 수정 2009.01.28 23:00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2012학년도 입시부터 수능(修能)으로 정원의 5배수를 뽑은 후 제로 베이스에서 내신·교장 추천·사회 봉사·교내외 활동경력 등을 반영해 최종 선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수험생의 1, 2점을 갖고 경쟁하지 말고 내신이든 교장 추천이든 고교 교육을 믿고 뽑아야 (공교육 정상화가) 된다"는 것이다.

고려대 방침은 수능으로는 일정 수준 학력을 갖추었는지만 평가하고 고교에서의 내신, 특기·적성, 봉사활동의 경험을 갖고 합격생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험생이 얼마나 학교 교육에 충실했는지가 합격·불합격을 좌우하는 1차적 요소가 된다. 사교육 위세에 뒤로 밀리고 있는 공교육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한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대입 제도는 명쾌하게 선발과 탈락을 구분 지을 수 있는 표준화된 성적 위주로 당락(當落)을 갈라왔다. 말썽의 소지를 없애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이런 식으론 수험생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가려내기 힘들다. 사실 같은 성적이라도 어떤 가정환경 아래서 성취한 것이냐에 따라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미국 대학들은 우리처럼 '시험 선수(選手)'를 뽑는 게 아니라 성장 환경과 경험의 다양성, 서클활동에서 나타난 리더십 같은 자료로 종합적 능력을 평가하려고 노력한다.

KAIST도 2008년 입시부터 학업성적뿐 아니라 창의성·사회봉사경험·영재성·탐구력 같은 요소들을 종합평가해 신입생을 뽑고 있다. 대학들이 이렇게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고교 교육도 학생들 머리에 지식을 우겨넣는 식이 아니라 저마다의 특기와 재능을 붙여주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일부 특목고와 자립형사립고의 국제반 학생들 사이에서 교내외 특기활동·봉사활동이 활발한 까닭은 이들이 지원하는 미국 대학들이 학교 성적 못지않게 적성과 잠재력·창의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고려대의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학의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의 10여개 유명 대학은 매년 국내 자립형사립고·특목고에 와 고교들 사정을 알아보고 간다. UC버클리엔 그런 일을 하는 입학사정관이 110명이나 된다. 이렇게 공을 들여 신입생을 뽑으니 공정성도 의심받는 법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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