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위기 때 대학이 뭘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서울대

조선일보
입력 2009.01.27 23:07

이장무 서울대 총장이 "장학금을 받는 서울대 학생 1만여 명이 매주 1회 저소득층 초·중·고 학생을 돌봐주는 멘토(mentor·조언자)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한 기업 임직원 1000여명을 채용해 초빙교수·연구원·조교로 활용하고 실직자 1000~2000명을 모아 재취업 교육도 하겠다"고도 했다. 이 총장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대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으려는 것"이라며 이를 '동반자 사회(social companion)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김선동에쓰오일 회장은 2008년 9월 "가난의 대물림을 막자"며 서울대에 35억원의 장학금을 내놓았다. 서울대는 이 돈으로 '새싹 멘토링사업'을 시작했다. 김 전 회장의 기금에서 한 해 1000만원씩 장학금을 받는 서울대생 70명이 매주 한번 형편이 어려운 초·중·고교생 5명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 새싹 멘토링이다. 서울대는 새싹 멘토링 사업이 큰 성공을 거뒀다는 자체 평가에 따라 교내·외 장학금을 받는 서울대생 1만여명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대생들은 장학금을 받으면서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봉사의 의미를 배우고, 가난 때문에 과외는 엄두도 못 냈던 청소년들은 씩씩한 형과 누나로부터 공부와 함께 미래에 대해 꿈꾸는 법을 배워갈 수 있다. 대학에 기부한 돈을 미래형 투자로 발전시킨 사례다.

서울대는 기업의 퇴직 임직원 채용, 실업자 재취업 교육, 졸업생 인턴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회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퇴직 임직원들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노하우는 대학 교육에 자극이 될 수 있다. 실직자 재취업교육도 정부 혼자 감당하기엔 벅차다. 서울대처럼 시설과 인력을 갖춘 기관이 실직자들에게 맞춤형 교육에 나선다면 이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엔 4년제 대학이 199개나 있다. 대학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각종 공공기관과 교육시설들이 즐비하다. 모든 기관이 서울대와 똑같은 방식으로 사회적 기여(寄與)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각자가 처한 조건에서 가능한 방안을 고민하고 찾아본다면 얼어붙은 경제에 내몰린 실업자들을 돕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그것이 모이면 힘든 시절을 견뎌내는 국민을 돕고 우리 사회의 기본 틀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버팀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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