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거민 진압에 용역업체 동원 여부 신속하게 가려야

조선일보
입력 2009.01.27 23:07

야당이 지난 20일 용산재개발구역 철거민 망루농성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철거용역업체를 동원했다는 의혹을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당 의원들은 23일 "경찰병력이 용역반원들과 함께 망루 3~4층 사이 잠금장치를 풀고 있다"는 경찰의 무전 보고를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경찰과 용역업체가 합동작전을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현장 경찰관이 (사실을) 잘못 알고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민주당은 24일 현장 경찰 간부가 용역업체에 관한 무전 보고 4분 전에 "용역반원들에게 3~4층 장애물을 해제하게 하라"고 지시한 무전 녹취록도 공개했다.

민주당과 철거민 대책위는 "'용역업체가 철수한 뒤 진압작전을 했다'는 경찰발표는 거짓말이었다"며 이를 참사에 경찰 책임이 크다는 주장의 한 근거로 삼았다. 대책위는 "경찰의 불법행위와 용역반의 가혹행위가 버무려져 탄생한 살인진압"이라는 논평도 내놓았다. 대책위는 또 "용역반원들이 출동한 소방관들에게 욕을 하며 '불 끄지 마, 늬들 누구 편이야'라고 소리를 질렀다"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을 내세워 "화염병이 아니라 용역반원들의 방화로 불이 났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25일 용역업체를 압수수색해 현장에서 용역업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수사하고 있다.

공권력은 서로 간의 이익이 날카롭게 충돌하는 재개발조합과 철거민 사이에선 불법과 합법을 엄정하게 가리면서도 공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더구나 재개발조합이 철거를 위해 고용한 용역업체는 그동안 철거과정에서 업무범위를 벗어난 물리력을 과도하게 행사해 '합법적 불법'을 일삼는다는 말까지 들어왔다. 경찰이 그런 용역업체와 합동작전을 한다는 것은 공권력의 권위를 스스로 내동댕이치는 것과 같다. 이런 기본을 모를 리 없는 경찰이 재개발조합측 용역업체를 불러들여 합동작전을 폈으리라고는 선뜻 믿기 힘들다.

검찰은 "아직 진압 때 용역반원들이 건물에 들어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고 경찰이 용역업체를 동원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철거민 조사에서도 경찰의 용역업체 동원이나 합동작전을 입증하는 진술은 없었다고 한다. 경찰도 "용역업체가 건물 구조와 지역 사정을 잘 알아 작전에 활용하려 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하고 있다. 망루 3~4층 사이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일부 도움을 받으려 했다가 그것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검찰은 진압작전에서 용역업체가 한 역할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하루 빨리 명확히 해야 한다. 사실 규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엉뚱한 세력들에게 멍석을 깔아줄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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