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좌파와의 전쟁

조선일보
  • 김대중·고문
    입력 2009.01.27 20:11 | 수정 2009.01.27 21:45

    정적까지 포용하되, 좌파와의 일전을 선언하고
    대통령직을 급진적으로 수행해야

    김대중
    이명박씨는 대통령이 되는 데는 운(運)이 따라줬는지 몰라도 대통령직(職)을 잘 수행하는 데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이 된 후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누군가, 무엇인가가 발목을 잡는다. 임기 첫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국정이 마비되다시피 한 곤욕을 치렀고, 임기 2년차를 맞아 심기일전해서 일을 시작하는가 싶더니 용산 철거 참사가 또다시 '촛불'의 망령을 되살리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다.

    이쯤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일을 하는 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걸림돌인지를 냉철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을 추진하는 데 앞서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이 대통령의 장애물은, 하나는 인사(人事)의 문제고 다른 하나는 좌파의 문제다. '인사'가 용인술(用人術)에 관한 자기자신의 문제라면 '좌파'는 자신이 싸우고 다스려야 할 객관적 상황이다.

    지난 1년간 각종 매체의 기사·사설·칼럼 등을 통해 가장 번번이 지적된 것은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그의 주변에 '사람이 안 보인다'거나 '충신이 없다', '권력투쟁이 심하다', 또는 '자기가 아는 사람만 쓴다'는 얘기들이 주종을 이뤄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다. 그는 사람을 넓게 써본 경력이 없고 사람을 깊게 믿은 경험이 부족하다. 그는 과거 기업에서건, 공직에서건 적(敵)들에 둘러싸여 일해본 경험밖에 없어 자기가 아는 사람 이외에는 믿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의 정권에는 자기보다 그림자가 큰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의 청와대가 '취업센터'이고 그의 내각이 '심부름센터'로 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소아적(小兒的) 리더십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MB정부의 남은 4년은 글자 그대로 지리멸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용인술보다 더욱 그를 옥죄는 것은 사사건건, 호시탐탐 그의 발목을 잡는 '좌파'의 공세다. 좌파의 목표는 'MB정권의 퇴진'에 있다. 쇠고기 수입의 문제도, 각종 MB입법도, 그리고 용산 철거 참사도 모두 'MB퇴진'으로 이어졌다.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모두 곧바로 'MB'로 연결되고 있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까지 나서 MB정권을 '독재'로 몬다.

    여기에는 정책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이 없다. 빌미만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준비된 '갈등의 증폭과 증오의 재생산'을 쏟아낸다. 마치 가진 자(者)의 부(富)가 못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형성된 것인 양 몰아간다. 그 배후에는 이 대통령의 절제된 대북(對北)정책에 대한 협박이 도사리고 있다. 좌파 중에서도 친북좌파가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과 그 원인을 새롭게 인식한다면 그의 진로는 자명해진다. 그것은 정적까지도 폭넓게 기용하며, 좌파와의 일전을 선언하고, 그의 대통령직을 급진적(radical)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토머스 프리드먼은 그의 최근 칼럼에서 오바마에게 '일상(日常)으로부터의 급진적 결별'을 요구하며 지금까지 관습과 관행에 따라 이어가는 대통령직의 업무수행으로는 미국을 구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도 일상으로부터의 급진적·파격적·혁명적 변신이다.

    그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21세기 초입에서 그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제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를 살리며, 성장률을 올리고, 대운하를 만드는 등의 업적을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가 이제 새삼스럽게 국민통합적 지도자로 재탄생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좌파'가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이미 약세를 보인 대통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이런 환경에서 해야 할 일은 포퓰리즘에 구애되지 말고 소신대로 직선으로 결연하게 가는 것이다. 공연히 좌파도 끌어안고, 경제도 살리고, 안보도 키우는 식의 '만능 지도자'를 자처할 것이 아니다. 대선 때 '좌파 10년'을 겪은 국민이 무엇을 그에게 요구했으며, 그가 국민에게 무엇을 약속했는가의 초심으로 되돌아가 한 가지라도 분명히 이뤄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1년의 경험에서 그의 앞길에 무엇이 문제이며, 어디까지가 그의 한계이고, 좁은 선택의 영역에서 그가 해낼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얻어야 한다. 좌파와의 싸움이 피해갈 수 없는 것이라면, 그들이 잡은 발목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그 싸움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 좌파에 밀리면 경제도 살릴 수 없다. 그것이 그가 실패 속에서도 이기는 길이며 '이명박의 5년'을 남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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