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전신마비 슛돌이 "난 절망 안해"

조선일보
  • 윤주헌 기자
    입력 2009.01.23 23:14 | 수정 2009.01.24 03:02

    장난이 가져온 끔찍한 재앙
    "축구 못해도 체육선생 될래" 호흡기 꽂고 재활 안간힘

    전신마비 환자인 이의빈(16)군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치료실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아니야, 의빈아. 숨을 들이마셔야지. 자, 하나 둘 셋, 들이마시고 '흡'! 이제 내쉬고 '하아―'. 어때? 숨쉬기 더 편하지?"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치료실에서 목에 파란색 산소 호스를 꽂은 전신마비 환자 이의빈(16)군이 물리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숨쉬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10~70대 환자 10여명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이곳에서 이군의 얼굴이 가장 앳됐다. 사회복지사 박창현(29)씨가 이군이 탄 침대를 6인용 병실로 옮겼다. 박씨는 "1년 전까지 축구부 주장을 하던 아이"라며 "부모님이 안 계셔서 문병 오는 사람이 없는 게 안쓰럽다"고 했다.

    이군은 엄마 얼굴을 모른다. 미혼모였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친권을 포기했다. 이군은 부산 암남동 '소년의 집'에서 자랐다. 마리아수녀회 수녀 40여명이 부모 없는 아이 40여명을 돌보는 곳이다. 이군은 '축구 잘하는 아이'로 유명했다. 부산 알로이시오중학교 축구부 주장이었다.
    이 모든 꿈이 작년 2월에 무너졌다. 쉬는 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있는 이군의 목을 같은 반 친구가 장난 삼아 팔꿈치로 내리 찍었다. 이군은 그대로 졸도했다. 앰뷸런스가 왔다. 이군이 깨어났을 때 의사는 "평생 다시는 두 발로 서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11개월째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인 이군은 "하루가 참 길다"고 했다. 이 병원 사회사업팀 직원 정대희(29)씨가 이군 병실에 하루 두 번씩 들러서 몸 상태를 확인한다. 정씨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친구들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를 꺼내서 보여달라"고 조르는 게 이군의 낙이다. 같은 반 단짝은 '니가 내려올래, 내가 올라갈까?' 라고 쓴 카드를 보냈다. 이군을 다치게 한 친구는 카드를 보내지 않았다. 이군은 "그 친구가 밉지는 않다"고 했다.

    이군의 몸무게는 40㎏이 채 안 된다. 하루 세끼를 먹지만 소화가 안돼서 매끼 죽 세 수저를 간신히 넘긴다. 사회복지사 박씨는 "설날 떡국을 먹이고 싶은데…. 국물이라면 좀 삼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군은 "커서 축구 선수가 되기 힘들다는 걸 나도 안다"며 "그래도 절망은 안 한다"고 했다. "축구는 못해도 체육 선생님은 할 수 있잖아요. 눈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마우스가 있다고 들었어요. 몸이 좀 더 나으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도 꼭 가고 싶어요."

    이군의 치료비는 마리아수녀회가 부담하고 있다. 노 젤투르다 수녀는 "활기찬 아이지만,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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